호르무즈 봉쇄의 안전판이던 사우디 동서송유관이 9월 10일 이라크발 드론에 피격돼 사우디가 12일 가동을 잠정 중단했고, 같은 날 홍해에서도 후티가 요충 섬들을 장악하며 원유 수송이 삼중으로 막혔다. 그런데도 국제유가는 비축유와 대체 경로 덕에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며 상승 압력이 눌려 있는 상태다. 독자는 유가의 100달러 안착 여부, 송유관 재가동, 비축유 방출, 국내 유가·환율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우디 동서송유관은 원래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려고 만든 우회로다. 아라비아반도를 동서로 가로질러 걸프만의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실어 나른다. 길이 1,201㎞, 하루 수송 능력은 최대 500만 배럴대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상당량이 지나는 길목이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터진 뒤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동서송유관은 사우디 원유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거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사태가 과거 중동 리스크와 다른 지점이 여기 있다. 예전에는 호르무즈가 위협받아도 이 육로 우회로가 안전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9월 10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이 리야드·메디나 구간을 여러 차례 때리면서, 사우디는 12일 송유관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전판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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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회로만 막힌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예멘 후티반군이 9월 10일 모카·마윤 등 요충지 4개 섬을 장악했다. 후티는 "국제 항행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사우디 선박이 문제없이 지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리하면 호르무즈(해상)와 홍해(해상), 동서송유관(육로)이 동시에 위협받는 삼중 병목 구도다. 얀부항까지 원유를 보내도 그 앞바다가 안전하지 않으면 수출길은 다시 좁아진다.
추가 차질 시나리오도 여기서 나온다. 송유관 재가동이 늦어지거나 재공격이 반복되는 경우, 얀부항 선적이 막히는 경우, 후티가 사우디 선박 통과를 사실상 막는 경우가 겹치면 공급 차질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와 후티가 지난 7월에도 사우디 석유시설을 함께 공격한 전례가 있어, 협력 공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송로가 여러 겹으로 막혔는데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놓고 오르내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국이 비축유를 풀고 대체 경로를 활용하면서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우디 원유 수출이 3분의 1가량 줄었다는 추정도 나오는 만큼, 완충 여력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즉 지금은 '터지기 직전'이 아니라 '눌려 있는' 상태에 가깝다. 비축유가 소진되거나 추가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 눌려 있던 상방 압력이 한꺼번에 반영될 수 있다.
국내 물가와 환율을 걱정한다면 뉴스의 감정적 표현보다 몇 가지 숫자를 직접 보는 편이 낫다.
이 지표들이 함께 나빠진다면 물가에 반영되는 건 시간문제다. 반대로 송유관이 다시 돌고 해협 긴장이 풀리면 지금의 눌린 유가가 그대로 안정될 수도 있다. 아직은 어느 쪽으로도 확정된 국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