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7월부터 무관세 철강 쿼터를 약 46% 줄이고 초과 물량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린 신철강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은 전용 쿼터 감축 폭을 19.7%로 막아 선방했지만, 7월 대EU 철강 수출은 41.2% 급감해 13년 만에 가장 적었다. 앞으로는 확보한 쿼터의 실제 소진율과 하반기 수출 추세, 그리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EU는 2018년부터 8년간 운영해 온 철강 세이프가드를 6월 30일 끝내고, 7월 1일부터 신철강 조치를 시행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을 줄이고, 그 물량을 넘긴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올렸다.
무관세 수입 쿼터는 EU 전체 기준 연간 3382만 톤에서 1835만 톤으로 약 46% 줄었다. 절반 가까이 문이 좁아진 셈이다. 여기에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는 기존 25%의 두 배인 50% 관세를 매긴다. 대상은 철강 30개 품목이다. 무관세 물량 자체가 줄었는데, 그마저 넘기면 관세가 두 배로 뛰는 구조다. 수입 철강 입장에서는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지고, 그 문을 넘어서면 부담이 확 커진 것이다.

Wolfgang Weiser
한국 정부는 협상으로 한국 전용 쿼터를 확보했다. 규모는 207만3000톤으로, 지난해 258만1000톤보다 19.7% 줄었다. EU 전체 쿼터가 45.7% 깎인 것과 비교하면 감축 폭을 절반 이하로 막았다. 숫자만 보면 선방이다.
그런데 실제 수출은 딴판이었다. 2026년 7월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1억8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2% 줄었다. 물량은 18만948톤으로 44.8% 감소했다. 7월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다. 수출액과 물량이 나란히 40%대로 빠졌다는 건 단순히 철강 가격이 내려서가 아니라, 실어 보낸 양 자체가 급감했다는 뜻이다.
쿼터는 지켰는데 수출은 급감한 이 간극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업계는 급감이 규제 시행 전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실제로 3월에는 대EU 수출이 전년 대비 15% 늘었지만, 4월부터 6월까지는 매달 15~17%씩 줄었다. 통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규제 시행 몇 달 전부터 유럽으로 보내는 물량을 미리 줄였다는 분석이다. 쿼터를 확보했어도 초과분에 50% 관세가 붙으면 채산성이 맞지 않으니, 기업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조절한 것이다. 쿼터 확보는 최악을 막는 방어선이지, 수출을 늘려 주는 카드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 조치가 한국 철강에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몇 가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EU 신철강 조치의 첫 달 성적표에는 쿼터 방어와 수출 급감이 함께 찍혔다. 관세 장벽 자체는 협상으로 낮췄지만, 시장이 좁아진 현실은 그대로다. 앞으로는 확보한 쿼터를 실제 수출로 얼마나 연결하는지, 그리고 CBAM이라는 다음 규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