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16년 만에 멕시코를 국빈방문해 셰인바움 대통령과 무역협정·핵심광물·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양국은 중남미 최초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2026~2030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실제 무역협정은 아직 추진 기반을 마련한 단계여서, 통상과 방산 협력이 어느 속도로 진행되는지가 앞으로 지켜볼 지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멕시코로 향했다. 한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것은 16년 만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됐고,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타이밍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멕시코의 위치가 달라졌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세계 10위권 경제국이자, 자동차·전자 등 한국 기업이 대미 수출의 우회 생산기지로 활용해 온 곳이다.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멕시코를 "매우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표현한 배경이다.
실제로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가 중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 관계를 담은 '2026~2030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관계의 격을 올리고 향후 5년의 협력 방향을 문서로 못 박은 셈이다.

Artem Podrez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통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교역과 투자를 늘리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역협정 체결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기서 구분이 필요하다. 이번에 무역협정(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EPA)이 타결된 것은 아니다. 양국은 통상 당국 간 공동 연구와 국장급 공동위원회 신설에 합의해, 협상을 시작할 실무 기반을 마련한 단계다. 협정 문안을 놓고 벌이는 본격 협상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대신 손에 잡히는 성과도 있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이 타결됐고, 양국 수출입은행 사이에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전대금융은 상대국 은행에 자금을 빌려줘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장치다.
공급망 쪽에서는 원유와 핵심광물이 중심에 놓였다. 양국은 이 분야 협력을 논의할 부처 간 대화 채널을 새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배터리·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걸린 문제여서, 일회성 논의가 아니라 상설 창구를 만들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별도의 협력 선언을 체결했다.
방산과 항공우주는 이번 순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방협력 MOU와 항공우주 산업협력 MOU가 함께 체결됐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운영·유지보수 기술 협력, 멕시코 군 현대화 참여, KAI 제품의 멕시코 현지 생산 검토가 거론됐다. 다만 이는 협력 의향과 검토 단계로, 실제 도입 계약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순방은 회담을 축으로 앞뒤로 경제 일정이 붙는 구성이다.
비즈니스포럼과 K-엑스포는 정상 간 합의를 기업 차원의 실제 거래로 연결하는 자리다. 회담에서 나온 협력틀이 계약과 투자로 이어지는지는 이 일정과 이후 후속 협상에서 드러날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선언은 출발선이고, 무역협정 협상과 방산 협력이 어느 속도로 진행되는지가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