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 항로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해상봉쇄는 유지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실질적 재개방은 봉쇄·제재 해제와 배상이라는 이란의 선결 조건에 달려 있어, 임시 항로만으로는 공급 정상화로 보기 어렵다. 유가가 전쟁 전 수준으로 내릴지 90달러대에 고착될지는 미·이란 직접 협상이 재개되는지를 보고 가늠해야 한다.

이란과 오만이 8월 26일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 해상 통로를 열기로 합의했다. 봉쇄로 막혔던 뱃길에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90달러 안팎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이 합의를 아직 공급 정상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의 해상봉쇄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임시 항로가 통행량을 일부 되돌릴 수는 있어도, 봉쇄 자체가 풀리지 않는 한 원유와 LNG 수송의 불확실성은 계속된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자재 운반선은 8월 말 기준 하루 7척으로, 최근 10일 평균 15척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Vito Goričan
이번 국면은 7월 13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상봉쇄 재개와 통행료 부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발표 직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경에는 군사 압박의 한계가 있다. 미군은 7월 중순까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막는 데 패트리엇과 사드, 스탠더드 요격미사일을 합쳐 2,000발 넘게 소진했다. 요격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줄면서 대만 방어 비상계획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군사력으로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지 못한 미국은 봉쇄와 제재 같은 경제 압박으로 무게를 옮겼고, 호르무즈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에는 보복을 자제하며 상황 관리를 택했다.
임시 항로 합의가 곧 해협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란은 실질적 재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여러 가지를 내걸고 있다.
우선 미국이 앞서 맺은 종전 양해각서를 위반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 여기에 대이란 제재와 해상봉쇄 해제, 동결자산 반환까지 조건으로 제시했다. 호르무즈 통행에 최대 7%의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요구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결정적인 걸림돌은 대화 방식이다. 미국과 이란은 직접 협상하지 않고 중재자를 통해 간접 메시지만 주고받는 중이다. 조건이 무겁고 통로가 좁다 보니,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와 힘겨루기가 길어진다는 신호가 번갈아 나온다.
앞으로 유가의 방향은 봉쇄가 풀리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시나리오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시나리오 | 전제 | 유가 방향 |
|---|---|---|
| 완전 재개방 | 봉쇄·제재 해제, 배상 이행 | 하락, 전쟁 전 수준 시도 |
| 임시 항로만 유지 | 통행 일부 회복, 봉쇄 지속 | 90달러 안팎 등락 |
| 협상 결렬 | 조건 힘겨루기 장기화 | 고착 또는 추가 상승 |
실제로 재개 기대가 부각될 때마다 유가는 빠르게 되돌림을 보였다. 반대로 미·이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하락 폭이 제한되며 90달러대에 눌러앉는 흐름이 반복됐다.
따라서 지켜볼 지점은 임시 항로 소식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제재와 봉쇄를 실제로 거둬들이는지, 그리고 간접 채널에 머물던 협상이 직접 대화로 넘어가는지다. 이 두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임시 항로 합의만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기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재개방의 열쇠는 뱃길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