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호르무즈 기뢰 사태, 한국 기름값 신호 셋

이란 혁명수비대가 10월 말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들이 기뢰에 충돌했다며 해협 봉쇄를 선언했지만, 피격 규모 등은 대부분 이란 발표에 기반해 독립 확인이 제한적이다. 한국은 올해 중동산 원유 비중을 사상 처음 절반 아래로 낮춰 과거만큼 호르무즈에 묶여 있지는 않지만, 수입 원유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중동산인 만큼 유가 상승 위험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유가는 2~3주 시차와 환율을 거쳐 휘발유값에 반영되므로 두바이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 주유소 평균가 세 신호를 함께 지켜보면 된다.

호르무즈 기뢰 사태, 한국 기름값 신호 셋

이란의 '봉쇄 선언', 어디까지 확인됐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들이 기뢰에 부딪혔다며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지난 29일에는 유조선 3척이 기뢰에 충돌해 불이 났다고 밝혔고, 30일에는 피격 선박이 4척으로 늘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이 2019년 이후 7년 만에 배에 달라붙는 자석식 기뢰로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짚어야 할 것은 이 내용 대부분이 이란 측 발표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피격 유조선 수가 보도마다 다르고, 선박 추적 업체나 선주, 선적국의 독립적인 확인은 아직 부족하다. 이란은 지난 2월 전쟁 이후 해협 통행을 제한해 왔고,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로 맞서는 대치가 이어지는 중이다. 사실로 굳어진 대목과 주장 단계인 대목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가 왜 중요한가

gas station fuel price display board

Erik Mclean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량이 지나는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봉쇄가 성립하는지와 별개로, '봉쇄됐다'는 선언과 유조선 피격 보도만으로도 국제유가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에는 이 가격 변동이 가장 먼저 와닿는 통로다.

한국은 예전만큼 묶여 있지 않다

다만 한국의 사정은 몇 달 사이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집계로 중동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5~7월 69.1%에서 올해 같은 기간 48.5%로 떨어졌다. 비중동산이 사상 처음 절반을 넘긴 것이다. 그 빈자리는 미주산(23.1→35.6%)과 아프리카산(2.2→8.3%)이 채웠다.

의존도를 낮췄다고 무관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입 원유의 절반가량이 중동산이고, 그 상당수는 호르무즈를 지난다. 정부는 석유제품을 포함해 200일분이 넘는 비축 여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단기 물량 대란보다는 가격을 통해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올라도 주유소엔 2~3주 뒤에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이튿날 주유소 가격이 뛰지는 않는다. 정유사 공급가에 반영되는 데 약 일주일, 주유소 판매가로 넘어오는 데 다시 1~2주가 걸려 보통 2~3주의 시차가 생긴다. 원유 대금을 달러로 치르는 만큼 환율도 원가에 직접 얹힌다. 유가가 안정돼도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체감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실제로 올해 6월 두바이유가 한 달 새 배럴당 106달러에서 73달러로 30% 넘게 떨어졌을 때도, 국내 휘발유 평균가는 2천11원에서 2천9원으로 거의 그대로였다. 재고 소진과 가격 정책이 겹치면 기름값이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 지켜볼 세 가지

호르무즈 사태가 내 지갑에 닿을지는 다음 신호로 가늠할 수 있다.

  • 두바이유 가격: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유종의 기준값이다.
  • 원·달러 환율: 1,350원대 안팎의 고환율이 이어지면 유가가 눌려도 수입 원가는 높다.
  •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가: 유가 변동이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니, 사건 직후가 아니라 2~3주 뒤 흐름을 봐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이란의 '봉쇄'가 실제 물동량 차질로 확인되는지 아니면 발표에 그치는지를 함께 보면 과잉 반응을 피할 수 있다. 지금 국면은 당장 사재기할 상황이라기보다, 유가와 환율을 거쳐 몇 주 뒤 주유소 가격에서 확인될 성격에 가깝다.

출처

  1. 이란 혁명수비대 호르무즈 유조선 3척 기뢰 충돌 화재(아시아경제)
  2. 이란, 자석 기뢰로 호르무즈 유조선 공격 FT 보도(뉴스1)
  3. 호르무즈 리스크에 수입선 다변화 가속(아시아경제)
  4. 두바이유 급락에도 주유소 휘발유값 제자리(한국경제)
  5. 호르무즈 봉쇄 비상등…비축유 208일분(새털라이트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