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0월 28일 환송중재 판정에 더 불복하지 않기로 하면서 엘리엇에 약 1,530억원을 배상할 책임이 확정됐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 찬성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된 ISDS 분쟁이 약 10년 만에 끝난 것이다. 이 배상금은 국고에서 나가며, 메이슨 등 비슷한 분쟁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함께 봐둘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10월 28일,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분쟁의 환송중재 판정에 영국 법원 취소소송 등을 더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 다투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가 엘리엇에 약 1,530억원을 물어줄 책임이 확정됐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서 시작된 분쟁이 약 10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금액은 2023년 중재판정 당시 배상 원금 약 4,849만 달러(약 658억원)에, 그동안 쌓인 지연이자와 소송비용을 더해 총 1억1,300만 달러, 환율로 약 1,530억원 규모다.

Vlada Karpovich
이 사건에 계속 등장하는 ISDS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을 뜻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나라의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판단하면, 그 나라 법원이 아니라 국제 중재판정부에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장협정에 조항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 재판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판단 기준이 "국내법을 지켰는가"가 아니라 "투자협정을 어겼는가"여서, 국내법상 적법한 조치도 협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원칙적으로 항소가 없는 단심제이고 심리도 비공개다. 국가가 판정을 뒤집으려면 별도의 취소소송을 내야 하는데, 받아들여지는 사유가 제한적이다.
분쟁의 뿌리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들고 있었고,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 비율에 반대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 약 11%를 가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이 통과됐고, 이후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이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움직여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한·미 FTA를 근거로 약 7억7,000만 달러 규모의 중재를 제기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개입 의혹이 소송의 핵심 고리였다.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2023년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해 약 658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의 약 7% 수준이었다.
정부는 중재지였던 영국의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고, 2026년 2월 영국 고등법원은 원래 판정의 일부를 취소해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국민연금을 정부 기관으로 보고 찬성 자체를 정부 행위로 본 논리는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 자체는 인정했고, 그 개입이 실제 손해로 이어졌는지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그렇게 열린 환송중재에서 판정부는 9월 30일 다시 정부 패소를 선고했고, 배상액은 원래와 같았다.
이번에 정부가 포기한 것은 환송중재 판정을 다시 영국 법원에서 취소해 달라고 다투는 절차다.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과 추가로 들어갈 비용 등을 종합해, 더 다퉈도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쟁점으로 소송을 냈던 메이슨 캐피탈 사건에서 정부가 싱가포르 법원 취소소송에 진 전례도 부담이 됐다.
다만 정부는 완전한 패배로만 보지는 않았다. 영국 법원이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법리를 확인한 점은 앞으로 비슷한 분쟁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이번 판정이 정부의 개입 자체가 아니라 그 개입과 손해의 연결에 초점을 둔 결과라는 점도 함께 읽어둘 필요가 있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대목은 1,530억원을 누가 내느냐다. ISDS 배상금은 특정 기업이나 국민연금이 아니라 국가 예산, 즉 국고에서 나간다. 결국 세금으로 메우는 돈이라는 뜻이다. 지급 방식과 최종 금액은 관계기관이 협의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으로 한국의 ISDS가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다. 메이슨 사건의 후속 정리가 남아 있고 다른 분쟁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도 "정부가 외국 투자자에게 배상"이라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그때마다 어떤 협정을 근거로, 어떤 조치가 문제가 됐는지를 함께 보면 사건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