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는 8월 13일 사우디 지잔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우디와 아람코는 피해를 확인하지 않았다. 지잔은 하루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시설이어서 원유 생산이 통째로 끊긴 2019년 아브카이크 공격과 성격이 달라 유가 반응도 제한적이다. 사우디의 공식 발표와 재가동 일정, 원유와 완제품 차질의 구분이 유가 방향을 확인할 포인트다.
예멘 반군 후티는 8월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잔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 2대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측은 "드론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며 사다·하자 지역 영공 침범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주의할 대목은 여기서 갈린다.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는 공격 사실이나 시설 피해를 즉각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8월 9일 공격 때도 사우디 에너지부는 "화재를 진화했고 인명 피해는 없다"고만 발표했을 뿐 원인이나 피해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확정된 것은 후티의 주장과 사우디의 짧은 화재 진화 발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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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잔은 하루 약 40만 배럴을 처리하는 정유시설이다. 아람코 전체 생산량의 4% 안팎에 해당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 시설이 원유를 뽑아내는 곳이 아니라 원유를 경유·휘발유 같은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정유시설이 멈추면 해당 지역 완제품 공급과 정제 마진에 영향이 간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 풀리는 원유 물량 자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이번 주장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8월 중순 배럴당 88~90달러 선에서 움직였고, 13일 공격 소식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7월 말 홍해와 호르무즈 긴장이 겹쳤을 때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겼다는 보도와 비교하면, 정유시설 한 곳을 겨눈 이번 주장에 시장이 훨씬 차분하게 반응한 셈이다.
시장의 학습된 기억은 2019년 9월 아브카이크 공격이다. 당시 아람코의 원유 처리 심장부가 타격받으면서 하루 570만 배럴, 세계 공급의 약 5%가 한꺼번에 멈췄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었다.
반응도 그만큼 컸다. 브렌트유는 장중 최대 19.5% 뛰어 사상 최대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고, 종가는 하루 만에 60.22달러에서 69.02달러로 올랐다. 다만 그 뒤가 시사적이다. 사우디가 빠르게 복구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자 유가는 되돌려져 10월 1일에는 공격 전보다 낮은 58.89달러로 내려왔다.
두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 2019년은 원유 생산이 끊긴 대형 충격이었고, 이번 지잔은 정유 부문의 반복된 타격이다. 물량과 대상이 다르니 유가가 받는 압력의 크기도 다르다.
사실관계가 굳어지기 전까지 독자가 챙겨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첫째, 사우디와 아람코의 공식 발표다. 후티의 주장과 별개로 실제 생산 손실이 있었는지가 유가 방향을 가른다. 둘째, 지잔 정유소의 재가동 일정이다. 이 시설은 7월 25일 공격으로 이미 가동을 멈췄고 8월 중순 복구가 예상됐던 만큼, 복구가 다시 밀리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원유 공급 차질인지 완제품 차질인지 구분해야 한다. 헤드라인이 '아람코 공격'으로 같아도 시장이 받는 충격은 여기서 갈린다.
당장은 후티가 주장하고 사우디가 침묵하는 국면이다. 반복되는 공격이 홍해와 호르무즈의 해상 운송 불안과 겹치는 흐름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지금 확인된 사실만으로 2019년식 급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