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그리스 아테네 인근 에어쇼에서 F-4 팬텀 전투기가 저고도 비행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졌다. 한국은 이미 2024년 6월 같은 기종을 퇴역시켰고, 이번 사고기는 그리스에서도 은퇴를 앞둔 '고별 비행' 중이었다. 노후 전투기를 관중 앞 저고도 시범에 투입하는 관행이 맞는지, 그리스 당국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지시간 9월 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타나그라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 '아테네 플라잉 위크' 도중 F-4 팬텀 전투기 한 대가 추락했다. 조종사 2명이 숨졌다. 기체는 저고도에서 오른쪽으로 선회하다 고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지면으로 떨어진 뒤 폭발했다.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조종사들은 기체에서 탈출하지 않았고,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엔진 이상인지 조종 과정의 문제인지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씁쓸한 배경이 하나 있다. 그리스 공군의 F-4는 올해 이 에어쇼를 끝으로 순차 퇴역할 예정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비행을 사실상 '고별 무대'로 홍보해왔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비행에서 사고가 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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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게 F-4 팬텀은 낯선 기종이 아니다. 공군은 1969년 8월 미국에서 F-4D 16대를 처음 들여왔다. 이후 55년간 주력 전투기로 운용하다 2024년 6월 7일 퇴역식을 끝으로 모두 일선에서 물렸다.
한국의 퇴역은 그리스보다 약 2년 앞섰다. 배경은 단순하다. 도입한 지 반세기가 넘으면서 기체와 부품이 낡았고, F-35 같은 신형 전력으로 세대를 교체하는 흐름 속에서 유지 비용과 안전 부담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부품 단종이 이어지면 정비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올라간다.
정리하면 한국과 그리스는 같은 기종을 두고 은퇴 시점만 달랐다. 한국이 2024년에 마침표를 찍은 자리에서, 그리스는 2026년까지 운용을 이어가다 마지막 무대에서 사고를 냈다.
F-4 팬텀은 1960년 미군에 처음 인도됐고 1981년 생산이 끝난 기종이다. 설계 기준으로는 이미 60년이 넘은 전투기다. 지금까지 이 기종을 실전에서 운용해 온 나라는 그리스, 튀르키예, 이란 등 극소수뿐이다.
노후 기체를 오래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 전투기 도입에는 큰 예산이 들고, 기존 기체를 정비해 쓰는 편이 당장은 저렴하다. 그리스도 라팔과 F-16 바이퍼로 전력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팬텀의 은퇴를 미뤄왔다.
문제는 그 낡은 기체를 어디에 투입하느냐다. 이번 사고는 실전이 아니라 관중 앞 시범 비행에서 났다. 저고도 기동은 원래 위험이 큰 비행인데, 여기에 노후 기체라는 조건이 겹쳤다. 이 조합을 어떻게 볼지가 사고를 둘러싼 핵심 질문이다.
현재로선 사고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기체 결함인지, 저고도 기동의 조종 한계인지, 둘의 조합인지는 그리스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원인을 미리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방향은 그래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사고로 노후 전투기를 대중 행사에 투입하는 관행을 재검토하자는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은퇴 절차에 들어간 기종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사 발표에서 원인과 함께 '왜 그 비행을 강행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이 나오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