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의 에너지 시설 상호 불공격을 제안한다. 트럼프가 지난주 밝힌 비슷한 합의가 하루 만에 무너진 터라, 이번 제안도 감시 장치 없이는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공습을 멈출 유인이 있는지, 우크라이나가 지렛대로 여기는 정유소 공격을 접을지가 실현 가능성을 가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미국 언론은 이 회동을 이번 주 화요일로 전했다. 핵심 의제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휴전'이다.
젤렌스키는 X에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부문과 핵심 인프라, 식량 수출이 더 이상 러시아의 표적이 돼서는 안 되며, 그러면 우리도 상응하는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정유소 공격을 멈추겠다는 조건부 상호 불공격 제안이다. 전면 휴전이 아니라 에너지 시설에 한정한 부분 휴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제안 대상에는 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항만 등 식량 수출 기반도 포함됐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은 우크라이나 경제와 세계 식량 가격에 함께 걸린 문제여서, 이 부분까지 표적에서 빼자는 것이다.
배경에는 겨울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번 겨울 난방·발전 시설을 집중 포격해 민간의 전기와 난방을 끊으려 할 것을 우려한다. 발전소가 멈추면 한파 속 피해가 곧바로 민간에 미친다. 젤렌스키는 이번 회동에서 방공용 패트리엇 미사일 추가 공급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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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지난주에 있었다. 트럼프는 양측이 에너지 목표물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 합의는 2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러시아가 9월 21일 키이우의 주유소를 폭격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정유소를 보복 타격하면서 곧바로 무너졌다.
우크라이나가 선뜻 공격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키이우는 러시아 정유산업 타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본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제능력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이 카드를 먼저 내려놓으면 러시아를 압박할 수단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혼자 멈추지는 않겠다는 조건부 제안이 나온 것이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멈추기를 바라는 구조다. 감시나 검증 장치 없이 말로만 오간 합의는 이번에도 하루짜리로 끝날 수 있다.
이번 제안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몇 가지에서 갈린다.
첫째, 러시아의 유인이다. 러시아에게 겨울철 에너지 시설 공습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카드다. 이 카드를 스스로 접을 이유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6일 뉴욕에서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라, 러시아 측 반응은 이 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다.
둘째, 검증 장치의 유무다. 지난주 합의가 곧바로 깨진 것은 누가 먼저 어겼는지 확인하고 제재할 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안에 감시 방안이 붙느냐가 지속성을 좌우한다.
셋째, 부분 휴전이 전면 협상으로 번지는지다. 에너지 휴전은 그 자체로 겨울을 나는 데 의미가 있지만, 미국은 이를 더 넓은 종전 논의의 입구로 보고 있다. 에너지 시설이라는 좁은 문에서 시작한 대화가 실제로 앞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지금 분명한 것은 제안이 나왔다는 사실뿐이다. 합의가 됐는지, 지켜질지는 며칠간의 뉴욕 회동과 그 뒤 전선의 움직임을 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