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민간인이 공격받아도 그 자체로 전쟁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인도법은 구별·비례성·예방조치 세 원칙으로 합법과 불법을 가른다. 민간인을 고의로 겨냥했거나 군사목표를 치더라도 민간 피해가 명백히 과도했을 때 전쟁범죄가 될 수 있고, 판단은 유엔 조사와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절차를 거친다. 양측 주장이 엇갈릴 때는 그 장소의 군사적 이용 여부, 피해의 과도성, 주장 주체의 독립성, 위성·영상 교차검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호품을 받으려 줄 선 사람들, 대피소, 발전소 같은 민간 공간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은 전쟁 보도에서 반복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기반시설 피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공격이 곧바로 '전쟁범죄'인지는 보기보다 복잡하다.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사실과 전쟁범죄라는 법적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이를 가르는 기준이 국제인도법이다.

Jan van der Wolf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 제네바협약과 그 추가의정서가 뼈대다. 핵심은 세 원칙이다.
구별 원칙은 전투원과 민간인, 군사목표물과 민간시설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민간인이나 민간물을 직접 겨냥한 공격은 금지된다.
비례성 원칙은 조금 더 미묘하다. 민간 피해가 예상되는 공격이라도, 그 피해가 얻으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하면 금지된다. 민간 피해를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피해를 막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방조치 원칙은 공격하는 쪽에 의무를 지운다. 표적이 군사목표가 맞는지 확인하고, 피해를 줄일 수단을 고르고, 과도하다 싶으면 공격을 멈추고, 가능하면 미리 경고해야 한다. 세 원칙 모두 당시 지휘관이 가진 정보로 판단하지, 사후 결과만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민간인이 숨졌다고 모두 전쟁범죄는 아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 제8조는 민간 주민을 고의로 겨냥한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한다. 따질 지점은 두 가지다. 공격이 군사목표가 아니라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노렸는가. 아니면 군사목표를 쳤더라도 민간 피해가 명백히 과도했는가. 결국 고의나 인식이 있었는지가 핵심 잣대가 된다.
의혹이 곧 유죄는 아니다. 절차가 있다.
한계도 뚜렷하다. 러시아처럼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닌 나라는 수사 협조 의무가 없다. ICC가 국적과 무관하게 조사할 수는 있어도, 실제 체포와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교전 당사자는 흔히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다. 한쪽은 "군사시설을 쳤다"고 하고, 다른 쪽은 "민간인을 겨냥했다"고 한다. 이럴 때 확인할 지점은 분명하다.
당사자 발표는 출발점일 뿐이다. 유엔 조사위원회나 독립 인권단체, 전문 검증 결과가 여러 곳에서 같은 결론을 가리킬 때 신뢰도가 올라간다. 전쟁범죄인지 아닌지의 최종 판단은 결국 법적 절차의 몫이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