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의 AI 속도조절 제안에 올트먼·머스크가 동조하고 오바마까지 논쟁에 가세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AI 사기극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면 반박했다.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9월 14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하루 만에 약 5.9% 급락했다. 실제 규제 입법과 중간선거 쟁점화 흐름, 그리고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로의 영향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AI 모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AI가 스스로 다음 세대 모델을 만드는 '재귀적 자기 개선'이 본격화되고, AI 에이전트의 통제되지 않은 행동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작 눈길을 끈 건 반응이었다. 평소 경쟁 관계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AI 최전선을 조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고, 일론 머스크는 아모데이의 글을 공유하며 "다리오가 옳다"고 짧게 지지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도 같은 편에 섰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맨해튼의 비공개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자신은 가속주의자도 파국론자도 아니라며 중간에 선을 그은 뒤, 민주당이 AI를 핵심 의제로 삼아 명확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계와 정치권이 같은 시기에 AI 안전을 입에 올린 셈이다.

Rafael Minguet Delgado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그는 9월 14일(현지시간) "AI 사기극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속도조절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리는 단순하다. 트럼프는 "AI와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결국 중국에 이익이 되는 흐름"이라고 봤다. "AI에서 이기는 나라가 승리한다",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20~25년의 석유가 될 것"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AI는 안전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트럼프와 4분간 통화한 뒤 그가 "문제의 복잡성을 꿰뚫어 봤다"며 동의를 표했다. 립부 탄 인텔 CEO도 같은 편에 섰다. 안전을 위해 개발을 늦추자는 쪽과, 늦추는 것 자체가 패배라는 쪽이 정면으로 갈렸다.
논쟁이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업계 수장들이 '독립 평가단이 첨단 AI 업체에 접근하도록 하자'는 데까지 의견을 모은 점은 이전보다 구체적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규제가 정치 쟁점으로 굳어질 여지도 커졌다.
시장은 먼저 반응했다. 규제가 현실이 되면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망에 들어갈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9월 14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약 5.9% 떨어졌다.
| 종목 | 9/14 하락폭 |
|---|---|
| SK하이닉스 ADR | -7.60% |
| 인텔 | -5.59% |
| 마이크론 | -5.25% |
| 브로드컴 | -4.77% |
| AMD | -4.40% |
| 엔비디아 | -3.36% |
반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컴퓨팅 수요가 수년간 강할 것으로 봤고, HSBC는 둔화 우려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미·중 경쟁이 계속되는 한 개발 속도가 크게 꺾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증시다. SK하이닉스 ADR이 하루 -7.60%로 가장 크게 빠진 데서 보이듯, 미 반도체주 급락은 국내 대장주로 곧장 옮겨붙는다. AI 투자 사이클을 둘러싼 미국의 논쟁이 한국 증시 변동성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정책 쪽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미국의 대립은 '안전이냐 속도냐'의 양자택일처럼 보이지만, 실제 쟁점은 규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가깝다. 독립 평가단 접근권 같은 장치를 어디까지 둘지의 문제다. 한국이 관련 제도를 다듬을 때 눈여겨볼 대목도 여기다. 다만 미국조차 규제의 형태를 확정하지 못한 만큼 어느 쪽이 정답이라 단정하긴 이르다.
지켜볼 포인트는 세 가지다. 규제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는지, 중간선거에서 AI가 쟁점으로 굳어지는지, 그리고 국내 반도체주가 미국발 변동성에 계속 연동되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