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 협력의 걸림돌이던 지식재산권 분쟁은 2025년 1월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의 합의로 공식 종결됐지만, 수출 때마다 일감과 로열티를 무는 불리한 조건이 남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약 15% 인수는 이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는 별도 카드이지만, 지분만으로 자동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참여까지 관철돼야 실효가 있다. 미국이 경영 참여에 신중한 만큼 산업부와 국회 보고, 양해각서 체결에서 지분율과 이사회 자리 확보 결과를 확인해야 실제 진전을 가늠할 수 있다.

한·미 원전 협력의 발목을 잡아온 지식재산권 분쟁은 이미 한 차례 매듭이 지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2025년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공식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도 지분 인수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건, 그 합의가 분쟁을 완전히 끝냈다기보다 조건부 봉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은 상호 비밀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불리한 합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Vlada Karpovich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한 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약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일감 계약과 1억7500만 달러가량의 기술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화로 각각 9000억원, 240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북미와 유럽연합 회원국(체코 제외), 우크라이나 등에서는 독자적인 수주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길이 열릴 때마다 비용과 지역 제한이 따라붙는 구조다. 분쟁은 서류상 끝났지만, 수출을 시도할 때마다 같은 부담이 되살아날 소지가 남은 셈이다. 지분 인수가 근본 해법으로 거론되는 배경이 여기 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웨스팅하우스 주주가 되기만 하면 이 부담이 사라질까. 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한국이 주주가 되면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나 로열티 부담을 더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지분 보유 그 자체보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형 원전의 미국 내 착공 같은 반대급부를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하려면 이사회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2023년 이 회사를 인수한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이사 6명을 3명씩 나눠 지명하는 구조다. 미국 측은 투자와 사업 참여에는 긍정적이면서도, 한국이 이사회에 들어와 경영에 관여하는 데는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협력 파트너인 동시에 원전 수출 시장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분 인수는 분쟁 해소의 필요조건일 뿐, 실효는 이사회 참여 협상에서 판가름 난다.
지금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정부가 지분 약 15% 확보를 목표로 협상 중이라는 정도이고, 투자 주체와 규모, 최종 지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5%의 가치는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를 150억~200억 달러로 볼 때 22억5000만~30억 달러, 우리 돈 3조~4조원대로 추산된다.
진행 상황을 확인하려면 다음을 지켜보는 것이 실질적이다.
특히 이사회 자리를 몇 석 확보하느냐가 이번 협상의 성패를 가른다. 지분율 숫자보다 경영 참여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원전 수출 부담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