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가 11월 6~10일 아부다비에서 미·러·우크라 3자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크렘린은 환영한다면서도 전황과 중동 정세를 이유로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무력 충돌 종식 이후의 안보 보장'을 회담 목적으로 못박은 만큼, 유리한 전황을 쥔 채 조건을 앞세워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회담 성사 여부는 미국이 중간선거 뒤 날짜를 실제로 확정하는지, 양측이 형식과 선결 조건에서 접점을 찾는지에 달려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이그에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와 회견한 뒤,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을 다음 달 말까지, 가능하면 11월 6~10일 사이에 열자고 제안했다. 개최지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유력하게 꼽는다. 다만 중동 정세에 따라 장소가 바뀔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날짜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젤렌스키는 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11월 4일께 워싱턴이 회담 날짜를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도 28일 회담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 날짜와 장소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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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은 겉으로는 거부하지 않았다. 11월 초 아부다비에서 3자 협의를 재개하기로 한 데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건이다. 러시아는 이 회담을 "완전한 무력 충돌 종식 이후의 안보 보장"을 위한 자리로 규정했다. 담판을 통해 전쟁을 끝내자는 우크라이나의 구상과 순서가 반대다.
반응의 온도도 낮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날짜가 정해지면 알리겠다"고만 했고, 트럼프의 '조만간'이라는 표현을 "유동적"이라고 깎아내렸다. 우샤코프 보좌관도 확정된 날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유럽의 참여는 "고려 대상도 아니다"라고 못박았고,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격이 있으면 일정이 틀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지 않은 한 시간은 모스크바 편이다. '종식 이후 보장'이라는 조건은 사실상 선결 과제를 회담 앞에 세워 속도를 늦춘다. 형식에서도 러시아는 자기 구도를 고집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11월 18~19일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시진핑과의 3자 회담을 거론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젤렌스키가 빠진 강대국 구도다. 우크라이나 시비하 외무장관은 "미·러·우크라 3자 회담은 종전을 앞당기지만, 러·중·미 회담은 푸틴에게 전쟁을 계속할 빌미를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어느 틀로 가느냐가 러시아의 진짜 의중을 드러낸다.
미국이 제안의 초안을 짜고 트럼프가 낙관론을 펴는 것은 양측에 외교적 명분을 준다. 그러나 크렘린이 그 낙관을 "유동적"으로 받는 순간 추진력은 반감된다. 서방 안에서도 온도차가 보인다. 예턴 네덜란드 총리는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하듯 대러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판단은 다음 네 가지를 순서대로 보면 정리된다.
지금 신호는 '성사 임박'보다 '조건 줄다리기'에 가깝다. 날짜가 11월 초로 굳고 선결 조건의 간극이 좁혀지기 전까지는, 열리겠다는 말과 열린다는 사실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