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월 19일 전작권 조기 환수를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가 2015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작권 전환은 날짜가 아니라 한국군의 군사능력, 북핵 대응력, 안보 환경이라는 세 조건의 충족 여부로 결정되며, 한미는 그 충족 시점을 놓고 이견을 보인다. 11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FOC 검증 완료와 목표 연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환수 속도를 가늠할 기준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한국군을 누가 지휘하느냐의 문제다. 지금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부가 갖고 있고, 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하는 미군 4성 장군이다. 평시 작전통제권은 1994년에 한국이 넘겨받았지만, 전시 권한은 여전히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연합사가 쥐고 있다.
그래서 환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군사 주권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재명 대통령도 10월 19일 기자들과 만나 "주권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군사 주권"이라며 조기 환수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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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2007년 한미는 2012년 4월 전환에 합의했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이를 2015년 12월로 한 차례 미뤘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 연기를 요청했고, 이유로는 한국군의 준비 부족과 북핵 위협 같은 안보 환경 변화가 꼽혔다.
반복된 연기 끝에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2014년 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해각서를 맺고, 이듬해 47차 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환계획(COTP)'에 서명했다. 날짜를 정해 넘기는 대신,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넘기기로 한 것이다. 지금 논의도 이 틀 안에서 이뤄진다.
2015년 합의한 조건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 군사능력을 갖추는 것, 둘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동맹의 능력, 셋째는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다. 앞의 둘은 전력과 훈련으로 비교적 가늠할 수 있지만, 셋째는 정세에 좌우되는 정성적 판단이라 해석의 여지가 크다.
능력 검증은 세 단계를 밟는다.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순이다. 한국 정부는 11월 SCM 전까지 2단계인 FOC 검증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미국 쪽에서는 한국군이 올해 안에 그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느 단계까지 합의됐는지에 대한 한미의 설명이 엇갈리는 상태다.
첫 번째 조건을 채우기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2026년 국방예산 가운데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약 8조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북한의 미사일을 선제 타격·요격·응징하는 전력을 갖춰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입증하려는 성격이다. 다만 예산 집행과 '검증 통과'는 별개여서, 돈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조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는 없다.
2026년의 핵심 쟁점은 '시기냐 조건이냐'다. 한국 정부는 현 정부 임기 안 전환을 목표로 삼고 2028년 완료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은 시간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건 충족을 앞세웠고, 2029 회계연도 2분기(2029년 1~3월) 이전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미국 측 시각도 마찰을 키운다. 브런슨 사령관이 조건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국 국방부는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세 번째 조건인 안보 환경은 특히 외부 변수에 민감하다. 북핵 상황이나 미국의 차기 안보 정책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 한국의 준비가 끝나도 넘겨받는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최종 결정은 11월 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정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구조이며, 미국 측 최종 승인권은 통수권자에게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비가 북한 연간 총생산의 약 1.5배라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비용 감당 능력과 조건 충족은 다른 층위의 문제다.
환수 소식을 읽을 때는 몇 가지를 구분하면 흐름이 보인다.
시기만 앞세운 발표와 조건 충족을 확인한 발표는 무게가 다르다. 날짜가 나오더라도 검증 절차가 끝났다는 설명이 함께 있는지 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