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이 8월 20일 마지막 송전선마저 끊겨 비상 디젤발전기에 의존 중이며, IAEA는 열흘 안에 완전 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자로가 2022년부터 정지 상태라 가동 원전 사고보다 파장이 완만할 수 있지만 냉각이 끊기면 위험이 0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지금 지켜볼 신호는 방사능 공포 자체가 아니라 열흘 안에 디젤이 반입되는지, 국지 휴전이 성사되는지다.
자포리자 원전이 8월 20일부터 외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330kV 페로스플라브나-1 송전선이 드니프로강 북쪽의 군사 활동 이후 끊기면서, 발전소는 일주일 넘게 비상 디젤발전기에 의존해 냉각을 유지하는 중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8월 29일 성명에서 시한을 못 박았다. 외부 전력이 복구되거나 디젤 연료가 추가로 반입되지 않으면 약 열흘 안에 완전한 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는 규제상 최소치인 열흘 치 디젤만 남아 있고, 주 저장소에서의 반입은 지난 3월 이후 끊긴 상태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다른 장소에서 소량이 들어왔지만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정전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측 집계로 이번이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27번째 블랙아웃이다. 그런데도 이번이 특히 위태로운 이유는 예비 전력이 디젤 하나로 좁혀졌고, 연료를 채울 통로마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앞선 정전들은 대체로 며칠 안에 송전선이 복구되며 넘겼지만, 이번엔 복구를 가로막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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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유출은 스위치 하나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악조건이 순서대로 겹쳐야 한다. 먼저 열흘 안에 송전선 수리도, 디젤 반입도 이뤄지지 않아 연료가 바닥나야 한다. 그다음 디젤발전기가 멈춰 냉각 펌프가 정지하고, 그 상태가 상당 시간 이어져야 노심과 사용후핵연료가 과열 단계로 넘어간다.
IAEA가 국지적 휴전을 협상하는 것도 이 사슬을 중간에 끊기 위해서다. 발전소가 러시아군 점령 아래 있고 주변에서 교전이 이어지는 탓에, 기술적 수리보다 '총성을 잠시 멈추는 일'이 더 어려운 관문이 됐다. 휴전이 성사될지, 그 안에 수리가 끝날지는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다음 세 가지로 나눠 보면 정리가 된다.
첫째, 원자로의 상태다. 자포리자의 6기 원자로는 2022년 9월부터 발전을 멈춘 정지 상태다. 가동 중인 원전보다 노심의 잔열이 훨씬 적다는 뜻이고, 그만큼 냉각이 끊겨도 손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고 사고 강도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잔열과 사용후핵연료 냉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에서 위험이 0인 것은 아니다.
둘째, 에너지 시장 영향이다. 이 발전소는 2022년 이후 전력을 생산하지 않았다. 이미 공급망에서 빠져 있으니 사고가 나더라도 '전력 공급이 끊겨 값이 뛰는' 종류의 충격은 아니다. 시장이 반응한다면 실제 수급이 아니라 지정학 위험 프리미엄, 즉 불안 심리를 통해서다.
셋째, 지리다. 방사성 물질이 실제로 방출된다 해도 어디까지 퍼지는지는 방출량과 바람 방향, 거리에 달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접 유럽 국가가 1차 관심 범위이고, 수천 km 떨어진 한국에 직접적인 피폭 영향이 미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정리하면, 지금 주시할 것은 '방사능이 퍼진다'는 공포의 크기가 아니라 열흘이라는 시한 안에 디젤이 다시 들어가는지, 국지 휴전이 성사되는지다. 이 두 신호가 막히는 순간이 위험이 실제로 커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