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공습으로 파괴됐다던 탄도미사일을 지하 시설에 비축한 부품으로 다시 조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내세운 '최대 90% 파괴' 성과와 실제 복구 속도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안의 초점은 제재나 안보리 같은 외교 트랙이 아니라 이란의 군사 역량 재건 자체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탄도미사일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부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전쟁 전에 비축해 둔 부품을 지하 시설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생산 거점으로는 테헤란 남동쪽 코지르 미사일 시설을 비롯한 여러 지하 기지가 지목됐다. 이란은 앞으로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지하 조립 시설도 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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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 그리고 6월 휴전으로 무력 충돌이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이란은 그 틈을 이용해 시설 복구에 나섰다.
핵심은 물리적 파괴가 곧 능력 소멸은 아니라는 점이다. 건물과 장비를 부숴도 이미 만들어 둔 부품, 설계 도면, 조립 인력은 남는다. WSJ 보도의 무게는 여기에 있다. 이란은 새 부품을 대량 생산하기보다, 남아 있는 재고를 지하에서 무기로 바꾸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해군 산업기반을 최대 90%까지 파괴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 국방장관도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파괴돼 생산 능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당국자들은 비축 부품만으로도 최소 수백 기의 미사일을 조립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 전직 CIA 분석관은 신규 생산 규모가 수백에서 수천 기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파괴 성과와 복구 속도 사이의 간극이 이번 보도의 핵심이다.
그동안 이란 관련 뉴스는 대체로 외교와 제재의 언어로 다뤄졌다. 안보리 회부, 핵합의 복원, 제재 재부과, 그에 따른 유가 출렁임이 반복됐다. 이 사안들은 협상 테이블 위의 문제였다.
이번은 결이 다르다. 협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실제 발사 가능한 무기가 얼마나 빨리 다시 쌓이느냐의 문제다. 외교 트랙이 아니라 군사 역량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확전 우려의 성격도 달라진다.
앞으로 상황을 가늠할 때 볼 지점은 나눠서 보는 게 낫다.
첫째, 미사일 종류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 연료를 넣어야 하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즉시 쏠 수 있는 상태로 오래 보관된다. 고체연료 비중이 늘수록 억지 효과가 약해진다.
둘째, 공급망이다. 이란의 미사일에는 센서와 반도체 같은 중국산 부품과, 고체연료 산화제인 과염소산암모늄이 쓰인다. 이 공급이 계속되는지가 생산 속도를 좌우한다.
셋째, 대응 방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새 지하 조립 시설을 다시 타격하는 쪽으로 가는지, 아니면 협상 카드를 다시 꺼내는지가 확전과 관리의 갈림길이 된다. 세 신호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가 경계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