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다시 교착에 빠지고 후티·우크라이나발 공급 우려까지 겹치며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 넘게 급등했다. WTI가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선 이번 상승분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 소비자의 기름값은 지구 반대편 협상 결과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쳤다. 현지시간 8월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82.13달러로 하루 만에 5% 넘게 급등했고, 브렌트유도 87.72달러로 뛰었다. 이번 급등의 진원지는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요충지다. 앞서 6월 미국과 이란은 분쟁 종식에 합의하며 해협 재개방을 예고했지만, 실제 정상화를 위한 후속 협상이 다시 교착에 빠졌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미군 철수, 제재·동결 자산 해제 등 여러 조건을 앞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행위에 대한 배상을 먼저 요구하며 맞섰다. 합의 기대가 꺼지자 시장은 곧바로 공급 차질 우려로 반응했다. 이 좁은 바닷길이 막히면 대체 항로가 마땅치 않아 유가가 민감하게 출렁이는 구조다.

Zifeng Xiong
불안은 호르무즈 한 곳에서 그치지 않았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사우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의 드론은 러시아 니즈네캄스크 정유시설을 타격했다. 중동과 러시아 양쪽에서 동시에 공급 차질 신호가 나온 셈이다. 어느 한쪽만으로도 유가를 밀어올릴 재료인데, 이번엔 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졌다.
여기에 미국의 완충 장치도 얇아진 상태다. 미국 전략비축유는 약 2억9870만 배럴로 198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줄어, 유가가 튈 때 곧바로 풀어 진정시킬 여력이 예전만 못하다. 협상 교착, 산유 시설 공격, 얇아진 비축유가 겹치며 단기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Alex Fu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이 소식은 결국 국내 주유소 가격표로 이어진다. 다만 시차가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정도 지나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하고, 그 제품이 주유소를 거쳐 소비자에게 팔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급등이 오늘 당장 기름값을 올리지는 않지만, 8월 하순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에 서서히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 환율까지 오르면 수입 원유의 원화 부담이 겹쳐 체감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소비자로서 아쉬운 점은,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비교적 빨리 반영되고 내릴 때는 더디게 내려간다는 지적이 되풀이돼 왔다는 사실이다. 상승 국면에서는 체감 부담이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Tom Fournier
관건은 호르무즈 협상이다. 미국과 이란이 접점을 찾아 해협 재개방에 진전이 생기면 유가는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할 수 있다. 실제로 6월 합의 소식이 나왔을 때 유가는 5% 안팎 급락한 바 있다. 반대로 협상이 계속 겉돌고 산유 시설 공격이 이어지면 고유가가 길어지고, 그 부담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결국 한국 소비자의 기름값과 물가는 지구 반대편 협상 테이블의 결과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당분간은 호르무즈발 뉴스와 국내 주유소 평균가 흐름을 함께 지켜보며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