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96)이 9월 18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되고, 장남 하워드(71)가 새 의장, 그렉 아벨이 CEO를 유지한다. 하워드는 경영이나 투자에 관여하지 않고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비상임 역할이어서, 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 아벨이 맡는 소유·감시와 경영의 분리 구조다. 관건은 하워드 승계 자체가 아니라 버핏 없이 아벨의 투자 판단이 올해 부진했던 주가를 돌려세우느냐다.

9월 18일 워런 버핏(96)이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Chairman Emeritus)이 됐다. 후임 의장은 장남 하워드 G 버핏(71)이 맡는다. 버핏은 이사회에는 이사로 남아 판단과 조언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이 회사를 이끈 건 1965년부터 60여 년, 의장직만 따지면 1970년 이후 56년이다. 그는 약 9개월 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오랜 동료 그렉 아벨(63)에게 넘겼고, 이번에 마지막 직함이던 의장직까지 내려놓았다. 버핏은 주주 서한에 "세월 앞엔 장사가 없다"고 적었다. 아벨은 이미 2021년 후계자로 지목됐고 지난해 CEO 승계가 공식화된 터라, 이번 의장직 이양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기보다 예고된 수순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Vlada Karpovich
핵심은 하워드가 '경영하지 않는 의장'이라는 점이다. 그는 비상임 의장으로, 회사 운영이나 투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버핏이 정리한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그렉이 회사를 경영하고, 하워드는 문화와 가치를 지킨다."
버핏은 하워드를 "주주들이 보유하되 청구할 일이 없기를 바라는 보험"에 비유했다. 평소엔 나설 일이 없지만, 경영진이 버크셔의 원칙에서 벗어나거나 위기가 닥칠 때 의장으로서 제동을 거는 안전장치라는 뜻이다. 실제 사업과 투자는 아벨이 끌고 간다. 하워드는 오랫동안 농업과 자선 활동에 몸담아 왔을 뿐, 버크셔의 투자 판단을 직접 내려온 경영자는 아니다. 이번 인선이 경영권 이양이 아니라 상징적 감시자 임명에 가까운 이유다.
이 구조는 창업자나 오너가 자녀에게 경영권까지 물려주는 통상적 승계와 결이 다르다. 보통은 후계자가 대표이사나 CEO로서 사업을 직접 지휘한다. 반면 버크셔는 실경영을 전문경영인 아벨에게 맡기고, 오너 일가인 하워드에게는 감시와 문화 수호 역할만 남겼다.
말하자면 소유와 경영을 떼어낸 승계다. 창업자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경영은 검증된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다만 의장이 실권을 쥐지 않는 만큼, 하워드 개인의 경영 역량은 이번 변화의 변수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고 봐도 된다.
증권가는 이번 결정을 '새로운 악재'로 보지 않았다. CEO 교체가 이미 오래전 예고돼 있었고, 이번엔 남은 직함을 정리한 절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관건은 승계 구조가 아니라 성과다. 버핏이 없는 상태에서 아벨의 투자 판단이 실적으로 이어지는지가 진짜 시험대다. 버크셔 주가는 올해 2% 안팎 오르는 데 그쳐, 11%가 넘게 오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크게 못 미쳤다. 방대한 현금을 언제 어디에 쓰는지, 버핏식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 투자처를 찾아내는지가 앞으로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독립 이사 대표인 수잔 데커가 자리를 지키는 점, 그리고 버핏이 이사회에 남아 조언한다는 점은 급격한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결국 버크셔의 다음 장은 하워드가 아니라 아벨의 성적표로 쓰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