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50% 철강 관세를 우회하려 루이지애나에 8조원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짓고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생산의 대부분이 현대차 미국 공장에 댈 자동차강판이라 국내 물량 대체보다 현지 수요 대응 성격이 크다. 목적·핵심 라인 위치·물량 성격이라는 세 잣대로 보면 다른 업종의 미국 현지화도 국내 득실을 가늠할 수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 58억 달러(약 8조원)를 들여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다. 4분기에 첫 삽을 뜨고 2029년 1분기 상업 가동이 목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이 가운데 180만t이 자동차용 강판이다. 지분은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씩 나눠 갖는다.
자동차강판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곳에서 만든 강판을 "차와 로봇, 로켓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잡아둔 260억 달러 규모 미국 투자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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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관세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매긴 데 이어 6월 이를 50%로 올렸다. 관세가 오르자 수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은 254만t으로 전년보다 8% 감소했고, 월 25만t 안팎이던 물량은 50% 관세 적용 뒤 20만t 아래로 내려갔다.
관세는 곧 비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말까지 부담한 관세만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수출로 관세를 무는 대신 미국 안에서 만들어 파는 쪽이 낫다는 계산이, 경쟁 관계인 두 철강사를 한 공장에 묶었다.
여기서 갈리는 게 국내 영향이다. 해외에 대규모 생산기지가 생기면 국내 공장의 일감과 고용이 줄어드는 '공동화'가 먼저 떠오른다. 다만 이번 제철소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자동차강판이고, 이는 조지아 등에 있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공장에 대는 물량이다. 즉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것을 대체한다기보다, 미국 현지 완성차 수요를 현지 철강으로 채우는 구조에 가깝다. 국내 물량을 빼내 옮기는 것과, 새로 생긴 현지 수요를 현지에서 잡는 것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물론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자동차용 고부가 강판 생산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만큼, 국내 설비의 역할이 일반재·수출용으로 좁아질 가능성은 남는다. 관건은 부가가치가 높은 라인과 연구개발이 국내에 얼마나 남느냐다.
미국 현지화는 철강만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핵심 전공정을 용인·서남권 국내 클러스터에 집중하고 해외는 통상 대응과 현지 고객용으로 나누는 투트랙을 택했다. 일본이 투자액의 최대 절반을 현금으로 보조하는 것과 달리, 한국 기업은 관세를 피하려 자기 돈으로 나가는 셈이다.
어떤 업종의 미국행이든 국내에 득인지 실인지는 다음 세 가지로 가늠할 수 있다.
이 제철소는 방어이자 현지 수요 대응 쪽에 가깝다. 같은 잣대를 자동차·배터리·반도체의 현지화에도 대보면, 뉴스마다 반복되는 '해외 진출'이 국내에 어떤 무게인지 조금 더 또렷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