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월 초 방공체계 지원을 한국에 거듭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말하는 '국내법·정책 준수'는 대외무역법과 방위사업법이 분쟁국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 결정에는 법 규정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북 기술이전 같은 안보 위험 계산이 함께 얽혀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지시간 8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부족한 방공체계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고 싶다고 적었다. 이미 외교 당국끼리 접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처음이 아니라 거듭된 요청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렸다.
배경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있다. 젤렌스키는 최대 5만 명 규모의 북한군 추가 파병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숫자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고, 한국 정부 안에서도 실제 규모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다. 그는 드론 거래 등 다른 분야 협력도 준비돼 있다며, 한국의 법적 제약을 언급하면서도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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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답은 절제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산물자 제공이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고만 밝혔다. 완곡해 보이는 이 표현이 사실상 거절의 근거다.
여기서 국내법은 두 개의 법을 가리킨다. 대외무역법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의 '허가의 일반원칙'을 통해 분쟁 중인 국가에 살상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는다.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국가 안보에 필요한 경우 방위사업청장이 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이 진행 중인 나라에 방공무기를 넘기는 것은, 정책 판단 이전에 법령상 걸리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온 것도 이 틀 안에 있다.
방공 시스템은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드론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다. 젤렌스키가 법적 제약을 언급하면서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한 데는, 공격용이 아닌 방어 무기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 통제는 무기의 방어·공격 성격이 아니라 분쟁국 수출 여부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방어용이라는 설명만으로 법적 장벽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이 근거라면, 신중함의 이유는 그보다 넓다. 정부가 실제로 저울질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북한으로 되돌아올 위험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천궁 계열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는 순간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하며 한국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핵잠수함 관련 고급 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다 북한의 무기 고도화를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부분은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정부와 전문가의 위험 평가에 가깝다.
정리하면 한국의 방공무기 미지원은 두 층으로 돼 있다. 겉에는 대외무역법과 방위사업법이라는 법적 제약이, 안에는 대북 기술이전을 막으려는 안보 계산이 놓여 있다. 그래서 정부는 무기 대신 에너지와 인프라, 보건의료, 교육 같은 비군사 분야 지원을 이어가는 쪽을 택하고 있다. 파병 규모와 전황이 더 뚜렷해지기 전까지, 이 신중한 기조가 쉽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