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8월 10일 WTI 9월물이 5.1% 올라 배럴당 82.13달러, 브렌트유 10월물이 5.0% 올라 87.72달러로 다시 80달러를 넘겼다. 미국·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이 교착되고 후티 반군의 공격까지 겹치며, 지난주 협상 기대로 7% 내렸던 유가가 일주일 만에 방향을 뒤집었다. 지금의 급등은 실제 공급 부족보다 협상 헤드라인에 붙었다 빠지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점을 구분해 봐야 한다.

현지시간 8월 10일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가량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1% 올라 배럴당 82.13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5.0% 올라 87.72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다시 8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숫자만 보면 급등이지만, 진짜 특이한 건 방향이 바뀐 속도다.

Erik Mclean
바로 앞선 주에는 정반대였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이 진전되는 듯 보이자 WTI와 브렌트유는 나란히 약 7% 내렸다. 협상 기대가 커지자 공급이 풀릴 것이라는 계산에 유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기대가 이번 주에 꺾이면서 유가가 되돌아 올랐다.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는 소식 하나에 지난주 하락분을 상당 부분 되돌린 셈이다. 일주일 사이 방향이 뒤집힌 이 흐름이 요즘 유가 뉴스가 헷갈리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가는 실제로 오간 원유의 양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기대에 먼저 반응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막혀 있다. 페르시아만의 원유가 바깥 바다로 빠져나가는 좁은 길목이라, 이곳이 열리느냐 막히느냐는 세계 원유 공급 전망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그런데 이란이 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여러 요구를 내걸면서 협상이 멈춰 섰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공격의 영구적 중단, 미군 철수, 동결 자산 해제, 전쟁 피해 보상, 그리고 역내 이란 동맹에 대한 공격 중단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곧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국이 먼저 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이 좁다.
여기서 사실과 기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봉쇄가 실제로 풀린 게 아니라, 풀릴지 여부를 두고 시장이 움직이는 단계다.
공급 불안은 호르무즈 한 곳에서만 오지 않는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홍해와 오만만에서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며 주요 수송로 전반의 위험이 커졌다.
한쪽에서 협상 기대가 유가를 누르면 다른 쪽에서 실제 공격 소식이 다시 밀어 올리는 구조다. 상반된 재료가 동시에 쌓여 있으니 하루 단위 등락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급등은 원유가 실제로 부족해져서라기보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격에 프리미엄으로 얹혔다 빠졌다 하는 국면에 가깝다. 협상 재료 하나에 5%씩 오르내리는 시장에서는 하루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호르무즈 개방 협상이 실제로 타결되는지, 후티의 공격이 확산되는지 같은 굵은 흐름을 보는 편이 낫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를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만큼, 이번 급등이 곧바로 주유소 가격에 그대로 옮겨오지는 않는다. 다만 이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시차를 두고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