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 상원 선거 결과 인증을 보류해 달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현직이 근소하게 지면 인증을 미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선거 인증은 주 단위의 재량 없는 형식 절차로 다뤄져 왔기 때문에, 이번 요구는 과거 판례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동명이인 후보로 인한 표 분산이라는 정부의 명분과 불복 포석이라는 비판을 구분하고, 법원이 이 청구를 받아들이는지와 11월 투표 결과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열흘여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주 상원 선거 결과 인증을 놓고 미리 법적 다툼의 포문을 열었다. 미 법무부가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현직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지면 결과 인증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투표도 치르지 않은 선거의 '결과 확정'을 두고 벌써 싸움이 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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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동의 밑바탕에는 이름이 똑같은 두 후보가 있다. 현직은 공화당 댄 S. 설리번(Dan S. Sullivan) 상원의원으로, 3선에 도전한다. 여기에 은퇴 교사 출신의 댄 J. 설리번(Daniel J. Sullivan Jr.)이 비슷한 이름으로 출마했다. 그는 출마 직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알래스카 선거국장 캐럴 비처는 이 동명이인 후보의 자격을 한 차례 박탈했다. '선의로 출마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혼동시키려 했다'는 판단이었다. 후보 측은 불복해 소송을 냈고, 주 대법원은 그의 후보 등록 자체는 인정했다. 결국 이름이 같은 두 후보가 모두 투표용지에 오를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법무부 소송의 핵심 주장은 '표 분산'이다. 이름이 똑같은 후보가 함께 나오면 현직 의원이 받을 표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선거 결과 인증을 보류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연설에서도 각을 세웠고, 공화당 현직이 근소하게 패하면 인증을 미루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하나 구분해 둘 것이 있다. 지금 다투는 것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졌을 때 그 결과를 확정할 것인가'다. 투표 전부터 특정 결과, 즉 현직 패배를 전제로 인증을 멈추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이 논란을 키운다.
인증 절차를 알면 이 다툼이 왜 이례적인지 보인다. 미국의 선거 결과 확정은 연방이 아니라 주(州) 단위로,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먼저 카운티 등 지역 선거기관이 개표 결과를 대조·확인(캔버스)한 뒤 법정 기한 안에 1차로 인증한다. 그 결과가 주 단위로 모이면 주무장관이나 인증위원회가 다시 확인해 당선인을 확정한다. 주에 따라 주지사가 이 위원회에 들어가기도 한다. 연방 차원에서는 주지사가 공식 결과 증명서를 작성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지만, 이는 결과를 판단하는 권한이 아니라 형식적인 절차에 가깝다.
핵심은 이 인증이 대체로 '재량이 없는' 의무로 다뤄져 왔다는 점이다. 개표가 끝나면 그 수치를 공식화하는 절차일 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멈출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애리조나, 2024년 조지아와 네바다에서 지방 당국이 인증을 미루거나 거부하려 했지만, 법원 명령이나 그 압박 속에서 결국 모두 인증으로 마무리됐다.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인증을 거부하는 대신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원칙이라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평가가 갈린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에 주 선거 인증을 막을 권한이 없다고 본다. 법적 근거가 빈약하고,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한 '불복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부 측은 동명이인 후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표심을 왜곡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혼동을 유발하는 후보 탓에 결과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으니 그대로 확정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금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사실과 주장은 분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름이 같은 후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때문에 결과를 확정하면 안 된다'는 것은 법원이 받아들일지 아직 알 수 없는 주장이다.
따라갈 포인트는 몇 가지다. 첫째, 법원이 '인증 보류'라는 요구 자체를 심리 대상으로 받아들이는지다. 투표도 하기 전에 결과 확정을 막아달라는 청구가 성립하는지가 먼저 걸린다. 둘째, 동명이인으로 인한 표 분산을 '인증을 멈출 사유'로 인정할지다. 지금까지 판례가 인증을 형식적 의무로 봐 온 만큼, 이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셋째는 투표 결과 그 자체다. 현직이 넉넉히 이기거나 동명이인 후보가 의미 있는 표를 가져가지 않으면 이 소송의 실익은 사라진다. 결국 11월 투표함이 열려야 이 다툼의 무게가 정해진다. 그전까지는 '졌을 때를 대비한 소송'이라는 성격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