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국을 겨냥한 그레이엄 제재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르는 기름값을 누르려는 조치로 풀이되며, 제재가 그대로 시행됐다면 유가는 더 올랐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면제에 기한이 없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만큼, 선거 이후 러시아산 원유 흐름과 추가 행정명령을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법의 핵심 조항 시행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 명령을 16일 공개했다. 유예 대상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으로, 9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서명했고 곧 주요 조항이 발효될 예정이던 법이다.
행정명령은 지금 면제를 발동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만 밝혔다. 구체적 이유는 적지 않았지만 시점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11월 3일 중간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안에서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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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법은 러시아 경제를 직접 때리기보다 러시아 에너지를 사 주는 나라들을 압박하는 구조다. 러시아산 상품에는 최대 500% 관세를,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5개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에는 최대 100% 관세를 물릴 수 있게 했다.
이 조항이 그대로 발효되면 러시아산 원유를 사던 나라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러시아 기름을 끊거나, 미국 시장에서 100% 관세를 감수하거나다. 어느 쪽이든 세계 시장에 풀리던 러시아산 원유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공급이 조이면 가격은 오른다. 실제로 분석가들은 새 법이 시행되면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제재를 미루면 러시아산 원유는 계속 흐르고, 공급 부담이 줄어 가격이 눌린다. 선거를 앞두고 주유소 가격표에 민감한 백악관으로서는 당장 매력적인 선택이다. 외신은 이 조치를 러시아가 묶어 둔 경유 수출을 다시 풀게 하려는 당근으로도 해석했다.
면제가 발표되자 여당인 공화당에서 먼저 비판이 나왔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며 러시아에 항복하는 것이라고 했고, 존 코닌 상원의원은 법을 주도했던 고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진저리를 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전쟁을 끝내기보다 늘리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반면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처럼 제재법 자체가 근시안적이었다며 결정을 지지한 목소리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제재의 칼을 쥔 쪽과 거둬들인 쪽의 평가가 여당 안에서도 갈린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면제에 정해진 기한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명령은 대통령이나 고위 당국자가 "추가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적었다. 바꿔 말하면 상황이 달라지면 하루아침에 되살릴 수 있는 조치다.
그래서 이 면제가 선거용 일시 조치인지, 더 긴 방향 전환인지는 몇 가지로 가늠할 수 있다.
세 가지가 모두 면제 유지 쪽으로 움직이면 유가를 누르는 효과는 이어진다. 반대로 선거가 끝나고 제재가 되살아나면 눌려 있던 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지금의 안정은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 만든 안정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