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026년 9월 28일 제81차 유엔총회에서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라고 못박고 미국의 한국 핵잠수함 승인을 정면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에서 비핵화를 협상 의제에서 빼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대화 재개 신호와 핵 지위 고수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함께 읽어야 협상 가능성의 실체를 가늠할 수 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현지시간 2026년 9월 28일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불가역적으로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 지위가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핵 억제력에 대해서는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안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절대적 힘"이라고 주장했다. 핵을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의 상수로 못박은 표현이다.
비핵화를 직접 부정하는 문장은 없었다. 그러나 지위의 불가역성을 앞세운 이상, 비핵화가 대화 테이블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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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설이 종전 원론과 다른 지점은 겨냥 대상이 구체적이라는 데 있다. 김 부상은 "미국이 서울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야망을 승인하고 부추기는 한편, 최신형 미사일과 무인기 등 각종 군사장비를 한반도와 주변에 이동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움직임이 "이미 취약한 지역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배경에는 실제 사건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10월 29일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이튿날 소셜미디어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건조 장소와 연료 확보 방식은 여전히 협의 중이지만, 북한은 이 결정 자체를 자국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되받은 셈이다.
여기에 한·미·일 군사협력을 "침략적인 군사 블록"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비판한 대목까지 더하면, 연설의 구도는 분명하다. 자신의 핵은 방어이고 상대의 재래식 강화는 위협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이다.
말의 강도만 보면 새롭지 않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주장해 왔다. 달라진 것은 말이 놓인 자리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약 6년간 유엔총회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그 침묵을 지난해 김선경 부상이 깼고, 올해로 2년 연속 연단에 섰다. 등단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과거의 유엔 발언이 대체로 원론적 정당화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핵잠수함이라는 최신 현안을 콕 집어 반박했다. 국제무대에서 발을 빼기보다, 자국 논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고립을 자처하던 시기와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언급해 온 국면에서 나온 연설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대화 신호와 핵 고수라는 상반된 메시지가 한자리에 있다.
이 조건이라면, 연설의 강경함만으로 대화의 문이 닫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유엔 무대 복귀 자체가 관여 의사의 간접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관여의 전제가 '핵보유 인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수사가 아니라 조건이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완화하는지, 미국이 '핵 동결'이나 군축 같은 표현으로 눈높이를 낮추는지, 한국의 핵잠수함 사업이 실제 계약과 착공으로 이어지는지가 신호가 된다. 세 축의 온도가 엇갈리는 한, 임박한 대화보다는 각자의 명분을 쌓는 국면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