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0일 수출이 349억 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가 전체의 47%를 차지하며 270% 늘었다. 세 자릿수 증가율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부진에서 온 비교 착시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가 뒤를 받치고 있다. 이 온기가 실제 체감으로 바뀌는지는 9월 15일 수입물가 발표와 원·달러 1,300원대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이 11일 내놓은 잠정치를 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349억 7,3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6% 많고, 같은 1~10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종전 최고가 올해 7월 초순의 300억 달러였으니 두 달 만에 자체 기록을 갈아치웠다.
착시를 먼저 걷어낼 필요가 있다. 조업일수는 8.5일로 지난해와 같았다. 날짜가 늘어 수치가 부푼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루 평균 수출은 22억 5,000만 달러에서 41억 1,000만 달러로 뛰었고, 무역수지도 103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초순 기준 역대 최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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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끌어올린 건 사실상 반도체 한 품목이다. 반도체 수출은 164억 8,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0.1%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2%에서 47.1%로 올라, 이제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반도체가 책임진다.
다만 270%라는 숫자는 액면 그대로 받기 어렵다. 증가율은 비교 대상인 지난해 같은 기간이 얼마나 부진했느냐에 따라 부풀 수 있는데, 반도체는 작년 이맘때 업황이 가라앉아 있었다. 낮은 기저에서 출발하면 회복만으로도 증가율이 세 자릿수로 튄다. 그래서 증가율보다 절대 수준과 무역흑자 규모가 더 깨끗한 신호에 가깝다.
지역별로 보면 반도체 쏠림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 지역 | 수출액 | 증가율 |
|---|---|---|
| 중국 | 79억 5,300만 달러 | +103.0% |
| 미국 | 70억 2,800만 달러 | +137.5% |
| 대만 | 31억 8,600만 달러 | +176.0% |
대만으로의 수출이 176% 늘어난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대만은 파운드리와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가 몰린 곳이라, 이쪽 급증은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증가율이 착시를 품고 있어도 뒤를 받치는 실체는 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며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요가 함께 강해지는 국면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 부른다. SK하이닉스 등은 이 호황이 적어도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갈래다. 하나는 가격이다. HBM은 경쟁이 붙으며 성장세가 다소 둔해지는 반면, DDR5 같은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을 메우는 구도가 그려진다. 다른 하나는 수요의 폭이다. 지금은 미국·중국·대만 세 곳이 동시에 끌어주는데, 이 가운데 한 축이라도 꺾이면 증가율은 빠르게 내려앉는다.
수치를 '기록'이라는 단어로만 소비하기보다, 반도체 한 품목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뺀 품목들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승용차와 철강제품은 10% 안팎 늘었고, 석유제품은 57% 뛰었지만 이는 유가 변수가 큰 품목이다.
수출이 잘된다고 개인이 곧바로 체감하긴 어렵다. 통로는 환율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풀리면 원화가 강해지고, 원화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춘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7월 2일 1,555.8원에서 9월 9일 1,336.1원까지 내려 1년 11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두 달 사이 219.7원이 빠졌다. 수출업체들이 벌어온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물량이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이 내리면 수입 물가는 뒤따라 낮아진다. 7월 수입물가는 1년 전보다 18.7% 높았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1%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9월 15일 8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내놓는다. 이 발표에서 3개월 연속 하락이 확인되면 환율 하락이 물가로 내려오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지켜볼 기준은 셋으로 좁혀진다. 원·달러가 1,300원대 박스권을 유지하는지, 9월 15일 수입물가가 다시 떨어지는지, 반도체 외 품목의 증가율이 살아나는지다. 이 셋이 함께 움직여야 '수출 역대 최대'가 통계 너머의 온기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