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광복절인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래 참배파였던 그가 발을 빼는 배경에는 한일 셔틀외교, 11월 중국 APEC을 앞둔 대중 관계, 한미일 협력이라는 외교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불참은 총리가 공식화한 결정이 아닌 관측 보도인 만큼, 공물 봉납 여부와 각료 참배, 가을 정상외교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고,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총리가 야스쿠니에 가는 일은 없다고 본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원래 참배파였다는 점이다. 다카이치는 각료 시절을 포함해 종전기념일과 예대제 때 꾸준히 신사를 찾았고, 총리가 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15일에도 참배했다. 그러다 2025년 10월 취임한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 올해 4월 춘계예대제 때도 직접 가지 않고 개인 명의 공물만 봉납했다.

Oleksandr Plakhota
역대 사례를 보면 이번 불참이 특별한 양보라기보다 관례에 가깝다.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한 마지막 사례는 2013년 12월 26일 아베 신조 전 총리다. 당시 미국 국무부까지 "실망"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이후 아베는 재임 내내 참배 대신 공물 봉납으로 수위를 낮췄다.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참배해 한중 양국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즉 최근 20년 사이 '현직 총리의 8월 15일 참배'는 오히려 예외적 사건이었다. 다카이치의 불참을 파격으로만 읽으면 흐름을 놓친다.
이유는 소신보다 외교 일정에 있다. 첫째, 한일관계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초부터 셔틀외교를 이어왔다.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다카이치의 지역구를 찾았고, 다카이치는 5월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한 일본 외교 관계자는 총리가 참배할 경우 "이 대통령이 배신당했다고 느낄 것이며 양호한 한일 기조가 끝난다"고 했다.
둘째는 중국이다. 오는 11월 중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자리를 앞두고 굳이 대중 관계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시선도 겹친다. 세 방향의 외교가 모두 '참배 자제' 쪽을 가리키는 셈이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불참은 아직 총리가 공식화한 결정이 아니라 교도·지지의 관측 보도다. 일본 정부도 참배 여부는 "총리 본인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다카이치가 당일 어떤 형태로든 성의를 표할 여지는 남아 있다. 가능성과 확정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려면 8월 15일 당일과 그 이후 몇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참배를 자제하더라도 각료 참배가 줄을 잇거나 공물 봉납이 반복되면 한국 여론은 다시 냉각될 수 있다. 반대로 공물조차 생략한다면 관계 개선 의지를 읽는 신호가 된다. 결국 당일 하루의 행동보다, 그 신호가 가을 정상외교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