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서부전선 DMZ 폭발 사고를 북한군이 아군 수색로에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도발로 결론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약 성분 분석과 5~10cm 깊이의 정교한 매설 정황이 자연 유실 가능성을 배제하는 근거가 됐고, MDL 이남 매설은 유엔사 기준상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합참이 유실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은 만큼, 유엔사 군정위 최종 조사 결과와 정부의 대응 카드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두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은밀히 넘어와 아군 수색로에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도발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고로 우리 군 대대장이 신체 중상을 입었다. 쟁점은 하나였다. 홍수 등으로 떠내려온 유실 지뢰인가, 아니면 사람을 노린 매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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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 지뢰는 대개 하천이나 폭우를 타고 무작위로 흘러든다. 표면에 드러나거나 자연 지형을 따라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의도적 매설은 특정 지점에 일정한 깊이와 각도로 정교하게 놓인다.
이번 사안에서 군이 유실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근거도 이 지점이다. 지뢰가 표면에 보이지 않았고, 지층 5~10cm 아래에 사각형 형태로 정교하게 묻혀 있었다는 것이다.
조사는 과학수사로 뒷받침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거한 방호복과 지뢰덧신에서 북한군 목함지뢰·대인지뢰의 주성분인 TNT와 RDX를 다량 검출했다. 반면 아군 M14 발목지뢰에 쓰이는 테트릴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성분만으로도 북한제 지뢰라는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폭발 원점 인근에서 식별된 물체는 표면이 매끄러운 플라스틱 재질로, 북한이 1969년부터 운용한 '갈색 수지 반보병 지뢰'와 제원이 유사했다. 6·25 전쟁 때 묻힌 오래된 지뢰가 아니라는 뜻이다.
발견 위치도 근거가 됐다. 이 지점은 2025년 9월 위성 영상으로 확인된 MDL 이남 지형 변화 지역에서 불과 10여m 떨어져 있었다. 최근에 사람 손으로 파묻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합동 수색에서는 사흘 만에 지뢰 1발이 추가로 발견됐고, 지금까지 확인된 4발 중 3발이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됐다.
핵심은 지뢰가 놓인 자리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6월 팩트시트에서,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하는 행위는 더 이상 방어로 볼 수 없고 자동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매설 흔적이 1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우발이 아닌 계획된 행위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합참 관계자는 여전히 유실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북한이 자기 지역에 지뢰지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흘러든 지뢰일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사실과 추정을 갈라서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쥔 카드는 많지 않다. 거론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정도다. 대북 인도 지원 축소도 선택지에 오른다. 그러나 남북 대화 채널이 끊긴 상황이라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성기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고, 포사격 훈련 같은 강경책은 검토 대상에서 빠져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필요한 방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조치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정해질 전망이다. 지켜볼 대목은 두 가지다. 군정위가 위반을 공식화하는지, 그리고 정부의 대응이 상징적 항의에 그치는지 실질적 압박으로 이어지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