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10월 20일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다고 규정하며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실제 송출은 아니지만, 재개되면 2024년 강화·김포 접경지를 덮쳤던 심야 소음과 수면장애가 되풀이될 수 있다. 말로 끝날 위협인지, 실제 방송 송출과 군사조치로 이어지는지, 주민 지원이 다시 가동되는지를 지켜볼 대목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10월 20일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일대를 '남부국경선'이라 부르며 매우 불안정하고 살벌한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접경지에 전술타격 수단을 배치하고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핵심은 '검토'라는 표현이다. 아직 방송이 다시 켜진 것은 아니다.
북한은 한국군이 8월 이후 경고방송 2,870회와 경고사격 201회를 했다며 이를 명분으로 들었다.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을 조작된 도발이라고 거듭 몰아세웠다. 담화는 그 폭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입에 올린 것이어서, 수사인지 실제 수순인지가 갈리는 지점에 와 있다.

jhon alexis de arco
접경지 주민에게 대남방송은 추상적인 위협이 아니다. 북한은 2024년 7월 말부터 우리 대북 확성기와 쓰레기 풍선에 대응해 전방에서 소음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사이렌, 북과 장구를 두드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24시간 켜졌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인천시는 당시 강화군 송해·양사·교동면 주민 8,8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600여 명이 소음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소리는 사람이 가장 깊이 잠드는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에 가장 심했다. 강화 당산리에서는 147가구가 모두 수면장애를 호소했고 수면제에 기대는 주민이 적지 않았다. 김포에서는 70~80대 고령 주민들의 정신건강 검사에서 수면장애와 불안 증세가 확인됐다. 소음은 멀리 있는 안보 뉴스가 아니라 매일 밤의 문제였다.
이 소리가 멈춘 데는 순서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1년 전 재개했던 방송을 약 1년 만에 끈 것이다. 이어 8월 4일에는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고, 통일부는 이를 신뢰 회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도 6월 중순 이후 대남방송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이 말한 '1년 4개월 만의 재개'라는 표현은 바로 이 중단 시점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정적은 양쪽이 동시에 소리를 끈 결과이고, 한쪽이 스위치를 올리면 균형이 깨질 수 있는 상태다.
만약 방송이 실제로 다시 켜지면 2024년의 피해가 그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원 제도가 여전히 촘촘하지 않다는 점이다. 강화군은 용역을 통해 3,500여 명을 소음피해 지원금 대상으로 파악했지만, 앞서 방음창을 지원받은 가구는 중복 지원이라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2026년 초 나왔다. 방음창이 있어도 밤새 울리는 소리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이 공백은 작지 않다.
담화 한 건으로 일상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몇 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실제로 전방에서 소음을 송출하기 시작했는지다. 과거처럼 심야 소음이 재등장하는지가 가장 분명한 신호다. 둘째, 확성기 재개가 전술타격 수단 배치 같은 군사 조치와 함께 움직이는지다. 말뿐인 위협과 실제 긴장 고조는 여기서 갈린다. 셋째, 지자체와 정부의 주민 지원이 다시 가동되는지, 방음창과 지원금 사이의 공백이 메워지는지다.
북한의 담화는 상대를 압박하려는 계산된 언어일 때가 많다. 지금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재개'가 아니라 '검토'라는 사실뿐이다. 접경지 주민이라면 공포보다 이 세 가지 신호를 차분히 지켜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