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RO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3.3%로 올리면서 반년 새 상향 폭이 1.4%포인트에 달했다. 상향의 근거는 대부분 AI 인프라 투자가 끌어올린 HBM·메모리 반도체 수출이어서, 성장도 물가도 반도체 한 축에 기대어 있다. 다른 기관 전망과 비교할 때는 숫자보다 반도체 수출을 얼마나 강하게 가정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10월 5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올렸다. 7월 전망 3.1%에서 0.2%포인트 높인 값이다. 내년 전망도 2.2%에서 2.7%로 0.5%포인트 끌어올렸다.
눈에 띄는 건 상향 속도다. 4월 1.9%, 7월 3.1%, 그리고 10월 3.3%. 반년 만에 1.4%포인트가 붙었다. 보통 국제기구 전망은 분기마다 소폭 조정되는데, 한 해 전망이 반년 새 1%포인트 넘게 뛰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4월 전망이 낮았던 데는 통상 환경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었다. 수출이 생각보다 버텨 주면서 그 자리를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메웠고, 그 결과가 두 번에 걸친 상향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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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은 크게 수출, 투자, 민간소비, 물가로 나뉜다. 기관이 숫자를 올린다는 건 이 중 어느 항목의 전제가 좋아졌다는 뜻이다. 어떤 항목이 발목을 잡는지도 같이 봐야 전망의 성격이 읽힌다.
이번 AMRO 상향에서 끌어올린 쪽은 수출과 투자였다. 내수는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AMRO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 등 내수를 누르겠지만 수출·투자 수요가 그 충격을 일부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장은 안에서 끌어올린 게 아니라 밖에서 들어온 수요가 만든 셈이다.
AMRO가 든 근거는 명확하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늘었고, 이것이 한국의 수출과 제조업 생산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가 전망도 같은 결을 탄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6%에서 2.7%로 소폭 올랐는데, 요인으로 국제유가·원자재와 함께 반도체 가격 강세가 꼽혔다. 성장도 물가도 반도체가 주어로 등장한다. 바꿔 말하면 이번 전망은 AI발 반도체 사이클이라는 한 축에 상당히 기대어 있다.
그래서 변수도 그 축에 몰려 있다. 첫째는 AI 수요 자체다.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조정되면 메모리 수요도 출렁인다. 둘째는 반도체 가격이다. 지금은 가격 강세가 성장과 물가를 함께 밀어 올리지만, 공급이 늘어 가격이 꺾이면 수출 금액이 줄어든다. 셋째는 에너지 가격으로, 이미 내수의 부담으로 지목됐다.
AMRO도 AI 관련 수요를 전망의 핵심 변수로 뒀다. 상향을 주도한 요인이 동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는 뜻이다.
여러 기관의 숫자를 나란히 볼 때 중요한 건 소수점이 아니라 전제다. 같은 3%대라도 반도체 수출을 얼마나 강하게 가정했는지에 따라 전망의 체력이 다르다.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반도체·AI 수출 증가를 어느 정도로 깔았는지, 전망 기준 시점이 언제인지, 내수와 에너지 가격을 어떻게 봤는지다. 숫자가 비슷해도 수출 가정이 공격적인 전망일수록 AI 사이클이 식을 때 더 크게 내려올 수 있다. 전망치 하나를 사실처럼 받기보다,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