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이 1209억 달러로 월간 처음 1200억 달러를 넘었고, 반도체가 603억 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기록을 끌어올린 힘은 해외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메모리 가격 급등이어서, 그만큼 수출이 한 품목과 해외 수요에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리·관세 정책과 빅테크 투자 속도, 중국의 저가 메모리 공세가 이 흐름을 꺾을 수 있어 메모리 가격과 투자 발표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9월 수출은 1209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83.5% 늘었다. 월간 수출이 1200억 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도 56억3000만 달러로 하루 50억 달러 선을 처음 넘겼다.
이 숫자를 만든 건 내수 경기가 아니라 바깥의 주문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가격도 뛰었다. DDR5 16GB 고정거래가격은 5월 37.5달러에서 9월 48달러로 올랐다. 물량과 단가가 동시에 오르니 수출액이 급증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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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단일 품목이 처음 600억 달러를 넘었다. 전년 대비 262.8% 늘어난 수치이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에 이른다. 이 가운데 메모리가 540억7000만 달러로 358.6% 급증하며 사실상 증가분 대부분을 설명한다. 반도체를 빼고 보면 9월 수출 증가율은 20%대로 내려앉는다. 기록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덕분에 9월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9월 누적 수출은 8145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7093억 달러)을 9개월 만에 넘어섰다. 정부는 이 추세라면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사상 첫 연간 1조 달러도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 기록이 한쪽에 심하게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품목의 증가율은 20%대에 그쳤다. 석유제품(+57.0%)과 승용차(+10.0%)는 늘었지만 정밀기기는 오히려 4.8% 줄었다. 전체 호황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단일 품목이 선진국 수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건 이례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반도체 시황이 식으면 무역수지 전체가 같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HBM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해외 빅테크의 수직 통합 구도에 종속될 위험을 경고한다. 수요처가 소수의 고객에 몰려 있다는 약점은 가격 협상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금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해외 변수에 달려 있다. 세 가지를 나눠 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첫째는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예상보다 늦춰지면 메모리 주문이 먼저 줄어든다. 투자 계획 발표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을 봐야 한다.
둘째는 가격이다. 중국 CXMT 등이 범용 메모리에서 저가 공세를 키우면, 지금의 단가 상승분이 반납될 수 있다. 수출액이 물량보다 가격에 기대 늘어난 만큼 가격 하락은 곧장 실적에 반영된다.
셋째는 미국의 정책이다. 금리 경로와 관세, 그리고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는 수요와 공급망 양쪽에 동시에 영향을 준다.
기록 자체는 분명한 호재다. 다만 그 힘이 외부에서 온 만큼, 월별 반도체 수출액과 메모리 고정거래가, 빅테크의 설비투자 발표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재 흐름을 읽는 데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