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집계에서 8월 1~10일 수출은 213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반도체가 46.8%를 차지했다. AI 투자 경쟁이 만든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실제 수출액으로 확인된 것으로, 반도체 한 품목에 대한 쏠림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다. 승용차·선박의 급감과 열흘 치 잠정 통계라는 한계를 함께 봐야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관세청이 8월 11일 내놓은 8월 1~10일 수출 통계는 한 품목의 힘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 이 기간 수출액은 21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늘었다. 8월 1~10일 기준 역대 최대이며, 종전 기록인 2022년 8월의 156억 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반도체 한 품목에서 나왔다. 반도체 수출은 99억5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5.4%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8%, 지난해보다 20.1%포인트 뛰었다. 열흘 치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반도체 하나가 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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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단가와 물량이 함께 올라갔다. 그동안 'AI 특수'는 주가나 실적 전망으로 이야기됐지만, 이번 통계는 그 수요가 실제 수출액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조업일수가 지난해와 같은 7.0일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영업일이 늘어난 착시가 아니라 하루당 수출 자체가 늘었다는 뜻이다. 반도체가 전체 증가세를 사실상 끌고 갔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다른 주력 품목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승용차 수출은 1억8200만 달러로 80.9% 줄었고, 선박은 58.2%, 자동차 부품은 36.3% 감소했다. 반도체가 밀어 올린 전체 수치 뒤에서 다른 축들이 약해진 것이다.
다만 1~10일 통계는 선적 시점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어 이 수치만으로 자동차·조선 업황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월 단위로 보면 폭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는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지역별 성적표도 갈렸다. 대중국 수출은 134.8% 늘었고 홍콩은 259.4%, 베트남은 45.4% 증가했다. 반면 대미국 수출은 0.2% 감소해 사실상 제자리였고, 대만도 4.4% 줄었다. 중국·홍콩의 급증은 상당 부분 반도체 물량이 이 경로로 흘러간 결과로 읽힌다.
수입 쪽 신호도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 수입이 90.8%,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77.3% 늘었다. 소재와 장비 투자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당장의 호황이 설비 확충으로 이어지는 국면임을 보여준다. 이 기간 무역수지는 18억 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8000만 달러 적자에서 돌아섰다.
한 품목이 수출의 절반을 감당하는 구조는 상승기에는 강력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꺾이면 그만큼 전체 지표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투자 사이클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가 곧 한국 수출 전체의 변수가 됐다.
이번 수치는 열흘 치 잠정 통계다. 자동차·선박의 부진이 일시적 선적 지연인지, 흐름의 변화인지는 8월 전체 통계와 9월 초 실적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반도체 편중이 얼마나 굳어지는지, 그 반대편 품목이 회복하는지를 다음 발표에서 확인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