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수출항 오데사 일대를 7월 이후 스무 차례 안팎 때리자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을 맞받아쳤고, 우크라이나의 2026~27년 곡물 수출 전망치는 절반 아래로 깎였다. 흑해곡물협정이 깨진 뒤 우크라이나 수출을 지탱해온 항로가 양방향 공격에 한층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국제 밀값을 실제로 끌어올리는 변수는 세계 최대 수출국 러시아의 항구가 멈추는지 여부이므로, 시카고 밀 선물과 노보로시스크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항을 때리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달라진 건 규모와 방향이다. 러시아는 7월 10일 이후 오데사 일대 항만 시설을 스무 차례 안팎 집중 타격했고, 우크라이나는 여기에 맞서 8월 12~13일 러시아 최대 곡물 수출 거점인 노보로시스크항을 드론·미사일·무인정으로 때렸다. 이 공격으로 노보로시스크의 곡물 터미널 두 곳이 가동을 멈췄다. 한쪽이 상대 항구를 때리던 구도가, 양쪽이 서로의 곡물 터미널을 멈춰 세우는 소모전으로 바뀐 것이다.
피해는 숫자로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2026~27년 곡물 수출 전망치를 6,440만t에서 2,960만t으로 절반 넘게(약 54%) 낮췄고, 밀 수출 전망은 1,760만t에서 830만t으로 53% 줄였다. 8월 곡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Photo by Johnny Such on Unsplash
배경에는 흑해곡물협정의 부재가 있다. 2022년 7월 유엔·튀르키예 중재로 성사됐던 이 협정은 2023년 7월 러시아의 탈퇴로 무너졌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협정 없이 자국 서남부 연안을 따라 곡물을 실어 나르는 항로에 의존해왔는데, 그 물량의 약 90%가 오데사 한 곳에 몰려 있다.
집중은 곧 취약함이다. 항구 한두 곳이 멈추면 대체가 어렵다. 7월 19일에는 옥수수를 싣고 오데사를 떠나던 외국 선적 화물선이 미사일에 맞아 10명이 숨졌고, 사흘 뒤엔 항로를 지나는 선박이 하나도 없었다. 선주들이 기항을 꺼리면서 곡물이 항구에 묶였다.
국제 밀값은 이미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밀 선물은 7월 22일 부셸당 7.06달러로 올해 초 대비 약 39% 올라 2023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이 상승엔 우크라이나 항구만큼이나 주요 산지의 폭염 같은 다른 변수도 얽혀 있어, 항구 공격만의 효과로 보긴 어렵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세계 밀 수출의 약 29%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지만, 그 가운데 더 큰 몫은 세계 최대 수출국 러시아다. 러시아 곡물업계마저 공격이 이어지면 흑해 수출이 끊겨 국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국내 곡물값은 오히려 한 주 새 12~15% 떨어졌다. 팔지 못한 곡물이 내수로 쏟아지면서 일부 농가는 원가 이하로 넘겼다. 수출이 막힐수록 국제가는 오르고 우크라이나 산지가는 내리는, 방향이 엇갈리는 시장이다.
식품·사료 물가나 관련 종목을 지켜보는 독자라면 다음을 함께 보는 편이 유용하다.
지금 국면은 '공급 차질 우려'는 분명하되 '가격 급등 확정'은 아니다. 러시아 수출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