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포스코가 58억 달러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에 연산 270만톤 전기로 제철소 HPLS를 착공했다. 표면적 이유는 232조 관세 회피지만, 생산량의 3분의 2가 자동차강판이라는 점에서 미국 내 소재·완성차 수직계열화와 차세대 모빌리티 소재 거점이 더 큰 목적에 가깝다. 미국에는 1300개 일자리가 생기지만 당진 설비 이전과 국내 고용 영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전기로 제철소 HPLS 기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58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원이다. 연산 270만톤 규모로 2029년 양산이 목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배경은 관세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에 관세를 물려 왔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여건은 그만큼 나빠졌다. 관세 장벽 안쪽에서 직접 만들면 이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기준 철강 생산량(8190만톤)이 수요(9087만톤)에 못 미치는 순수입국이라, 현지 생산 물량을 소화할 시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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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세 회피만 보면 이 투자의 크기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 HPLS 생산량 270만톤 가운데 180만톤이 자동차용 강판이다. 일반용 90만톤을 크게 웃돈다.
이 숫자가 방향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차를 만들고, 그 차에 들어갈 강판을 그룹 안에서 조달하는 구조를 짜고 있다. 완성차 공장과 제철소가 같은 관세권 안에 있으면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공급망이 하나로 묶인다. 관세 회피는 그 결과물의 일부일 뿐, 목적은 미국 내 수직계열화에 가깝다.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에서 던진 말도 이 맥락에 있다. 그는 이 제철소 강판을 그룹의 로봇 아틀라스에 적용하겠다고 했고, 스페이스X 로켓에도 공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직 희망 단계의 발언이지만, 자동차를 넘어 로봇·우주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소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그림을 드러낸다.
HPLS가 전기로 방식이라는 점도 계산에 들어간다. 고로 대신 전기로로 탄소저감 고급 판재를 만들면, 탄소 규제가 강해지는 완성차 시장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관세 회피와 탄소 대응, 그룹 내부 수요라는 세 갈래 목적이 한 설비에 겹쳐 있는 셈이다.
미국 쪽 효과는 비교적 분명하다. 정 회장은 이 사업으로 13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와 미국 정부의 제조업 유치 기조 모두에 부합하는 숫자다.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의 압연 설비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설비를 짓는 대신 기존 자산을 옮기면 미국 가동을 앞당길 수 있지만, 그만큼 국내 생산 기반은 줄어든다.
노조와 업계에서는 수요 부진으로 국내 설비가 이미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물량이 미국으로 넘어가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설비 이전은 아직 검토 단계이고, 국내 고용이 실제로 얼마나 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투자는 관세라는 단기 방어와 미국 내 소재·완성차 통합이라는 장기 포석이 겹쳐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2029년 양산 이후에야 숫자로 드러난다.
국내 관점에서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당진 설비 이전이 실제로 확정되는지, 확정된다면 어느 라인 몇 명 규모인지, 그리고 미국 물량 확대가 국내 고급 강판 생산을 대체하는지 아니면 별개 시장을 더하는지다. 회사가 강조하는 미국 일자리 1300개와 국내 고용 변화는 별개의 문제이며, 이 둘을 나눠서 보는 것이 이번 투자를 정확히 읽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