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자주국방의 마침표로 못 박았다. 과거 신중했던 미국은 최근 전작권 전환을 한국군 역량 강화와 방위비 분담 확대의 계기로 보며 입장이 달라졌다. 조건 기반 전환 원칙이 유지되는지, 국방 당국 회담에서 어떤 일정과 비용 신호가 나오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우리 군을 움직이는 작전 지휘 권한이다. 지금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부에 있고, 연합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는다. 즉 전쟁 상황에서는 한국군의 작전통제가 미군 사령관 아래로 넘어가는 구조다.
평시작전권은 1994년에 이미 한국이 되찾았다. 남은 건 전시 권한이다. 그래서 전작권 환수는 '전쟁 때 우리 군을 우리가 지휘한다'는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일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자주국방은 곧 주권"이라며 "전작권 환수로 그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대북 대화 복원과 선택적 모병제도 함께 언급했다. 다만 전작권 환수의 구체적인 시기나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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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전환 시점을 잡았지만 이후 거듭 미뤄졌다.
2014년 한미는 방식을 바꿨다. 날짜를 정하는 대신, 조건을 충족하면 넘긴다는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합의한 것이다. 조건은 세 가지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 군사능력을 갖출 것,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할 것,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 안정될 것.
문제는 이 조건들의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평가 주체가 사실상 한미 공동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미국이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 원칙'도 더해지면서, 환수는 오랫동안 기약 없이 미뤄진 사안이 됐다.
주목할 변화는 미국 쪽이다. 과거 미국이 신중론을 폈던 것과 달리, 최근 미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을 '한국군의 전투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냈다.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주된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배경에는 방위비가 있다. 미국은 2026 국방전략에서 동맹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고,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올리는 기준을 받아들인 첫 비(非)나토 동맹국이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여를 늘리라'는 요구와, 한국 정부의 '조기 환수' 의지가 맞물린 셈이다. 이 대통령도 미국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을 환수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이 사안은 단순한 자주국방 구호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이 더 많은 책임과 비용을 떠안는 대가로 지휘 권한을 가져오는, 주고받기의 성격이 섞여 있다.
환수가 실제로 속도를 낼지는 몇 가지 지점에서 드러날 것이다.
환수가 되더라도 한미동맹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휘 구조가 한국 주도로 바뀌는 것이지, 동맹 자체의 존폐 문제는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