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월 8~10일 이집트 국제에어쇼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이집트 공군의 고등훈련·경공격기 36대 도입 사업을 겨냥한 FA-50 수주전에 나섰다. 기체 가격이 더 싼 중국 L-15, 이탈리아 M-346과 붙는 자리에서 KAI는 값 대신 FA-50에서 KF-21로 이어지는 '하이-로우 믹스' 패키지를 앞세웠다. 이번 수주가 성사되면 중동·아프리카에 첫 교두보를 놓는 동시에 KF-21 수출로 가는 발판이 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집트 국제에어쇼(EIAS)에 참가했다. 이 전시회에 부스를 차린 기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KAI 한 곳뿐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이집트 공군이 추진 중인 고등훈련·경공격기 36대 규모의 도입 사업이다.
KAI는 전시장에 FA-50 실물과 시뮬레이터를 함께 놓고,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아프리카 조종사들이 직접 조종석에 앉아 비행을 체험하도록 했다. 성능표를 내미는 대신 손에 쥐여주는 방식이다. FA-50 곁에는 전투기와 무인기, 센서와 무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잇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개념과 상륙공격헬기(MAH)·소형무장헬기(LAH)도 함께 걸었다.
Photo by Andrés Dallimonti on Unsplash
이 사업에서 FA-50의 경쟁 상대는 중국의 L-15와 이탈리아의 M-346이다. 냉정하게 보면 기체 가격만 따질 때는 두 기종이 FA-50보다 싸다. 그런데도 KAI가 가격으로 정면 승부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FA-50은 T-50 계열 훈련기를 실전 경공격기로 키운 기종으로, 폴란드·필리핀·말레이시아·이라크 등 6개국에 140대 넘게 팔린 운용 실적이 있다. KAI가 내세우는 건 낱개 기체의 단가가 아니라, 검증된 운용 편의성과 정비·훈련 체계까지 묶은 꾸러미다. 조종사 비행 체험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다뤄본 조종 특성이 카탈로그 숫자보다 설득력이 크다고 본 것이다.
KAI가 이번 에어쇼에서 FA-50만 들고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함께 제시한 개념이 '하이-로우 믹스'다. 고성능 전투기가 복잡한 공중전을 맡고, 경공격기가 훈련·초계·지상공격을 나눠 지는 구조다. 국방예산이 넉넉지 않은 나라가 임무별로 전력을 배치할 때 쓰는 방식으로, 여기서 로우(Low)는 FA-50, 하이(High)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맡는다.
이 그림은 이미 유럽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폴란드는 FA-50 48대를 약 30억 달러에 도입한 뒤, 하이엔드인 F-35와 중간 보조전력 사이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처지다. F-35를 고른 핀란드도 막대한 유지비 탓에 보조 전력 수요가 있다. 앞서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KAI가 KF-21과 무인기를 엮은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FA-50의 유·무인 복합 운용을 나란히 공개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결국 이집트에 FA-50을 파는 일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로우급 FA-50으로 관계를 트고, 이후 KF-21과 무인기까지 이어 파는 장기 포석에 가깝다.
FA-50은 그동안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실적을 쌓았지만, 이집트가 있는 북아프리카·중동은 상대적으로 손이 닿지 않은 시장이다. 36대 사업을 따내면 KAI로선 이 지역에 처음으로 확실한 발판을 놓는 셈이 된다. 한 대를 판 실적이 인접국 수주 협상에서 그대로 근거가 되는 방산 시장의 생리를 감안하면, 교두보 하나의 무게는 대수 이상이다.
다만 아직 확정된 계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집트의 사업은 추진 단계이고, 최종 기종 선정과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격에서 밀리는 구도인 만큼, KAI가 내건 패키지 전략이 실제 계약서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런 조건이라면 판단 기준은 하나로 좁혀진다. KAI가 값의 열세를 'FA-50에서 KF-21로 이어지는 그림'으로 얼마나 메우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