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종전 논의를 북한에 제안했고, 통일부는 국방백서의 '북한 주적' 표현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두 움직임은 대북 강경 기조에서 평화공존으로 방향을 트는 신호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북한군은 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2024년 이후 '적대적 두 국가'를 헌법에 못 박아 통일과 대화를 닫아둔 만큼, 실제 진전은 북한의 호응과 연말 국방백서의 최종 표현에서 갈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을 향해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종전 선언 자체를 목표로 못 박았다기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이어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쪽에 가깝다.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서겠다"며 "이를 통해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경축사에는 지난 정부에서 효력이 정지된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같은 구체적 실행 카드는 담기지 않았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어떤 절차로 대화 테이블을 만들지에 대한 세부는 비워 둔 셈이다.
Photo by Steve Barker on Unsplash
같은 흐름에서 통일부는 국방백서의 '북한은 주적' 표현을 손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공존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목표이며,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평화공존을 추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두 부처의 이견은 올해 말 발간될 이재명 정부 첫 국방백서에서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표현은 정권마다 오간 정치적 지표에 가깝다. 1995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이 처음 명기됐고, 노무현 정부는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완화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삭제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되살아났다. 이번 재검토는 그 진자를 다시 되돌리려는 시도다.
문제는 북한이 이미 대화의 문을 닫아걸었다는 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나라"로 규정했고, 2024년에는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기하고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2026년 3월 개정 헌법에서는 통일 조항이 아예 빠지고 영토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남측이 통일을 명분으로 개입하는 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경축사 당일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야당은 곧바로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안보 포기 선언"이라며 며칠 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단호한 경고 없이 호응만 구걸했다고 비판했다.
정리하면 지금 나온 것은 방향 전환의 신호이지, 확정된 합의가 아니다. 실제 진전 여부는 세 가지에서 갈린다.
당장은 어느 쪽으로 굳어질지 단정하기 이르다. 북한의 반응과 연말 국방백서를 함께 지켜보는 편이 이 제안의 무게를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