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서 유조선을 실을 배가 모자라 페르시아만~중국 VLCC 하루 용선료가 100만 달러를 넘어 사상 처음 기록을 세웠다. 이 급등은 항로 봉쇄가 아니라 우회·환적으로 배 회전이 느려진 결과여서, 9월 22일 미·이란 접촉처럼 협상이 진전되면 빠르게 식을 수 있다.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은 통항량 회복과 협상 결과, 운임 지속성을 함께 확인해야 유가·물가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운임이 왜 이렇게 올랐는지 보려면, 지금 이 좁은 바닷길에서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부터 봐야 한다. 한쪽에선 배가 맞고, 다른 쪽에선 미국과 이란이 마주 앉았다.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이란의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카타르 중재로 약 3시간 만났다. 6월 스위스 접촉 이후 첫 직접 대화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 압박을 완화하면 일주일 안에 호르무즈를 다시 열 수 있다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적이었다"며 추가 회담을 예고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앤티가바부다 선적 화물선 '케이프 다오호'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인도 선원 1명이 숨지고 표류했다. 배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화와 공격이 한 주에 겹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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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급등을 봉쇄 탓으로 읽기 쉽지만, 실제 방아쇠는 '가용 유조선 부족'이다.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 9월 초 드론 피격으로 멈추자 원유가 호르무즈 해상으로 다시 몰렸고, 위험 구간을 피하려는 배들이 우회하거나 해협 밖에서 배와 배로 원유를 옮기는 환적을 택했다. 한 척이 같은 물량을 나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결국 더 많은 배가 필요해졌다.
수송 자체는 끊기지 않았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이달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출은 환적 방식으로 하루 650만 배럴 수준까지 회복했다. 원유는 나가는데 배가 부족한, 봉쇄와는 결이 다른 국면이다.
글로벌이코노믹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용선료는 103만5천 달러, 약 14억 원까지 올라 이 기준 항로에서 처음 하루 100만 달러를 넘었다. 한국경제 보도로는 전 세계 VLCC 평균 하루 수익이 약 65만 달러로 송유관 중단 전의 두 배 수준이고, 배럴당 운임도 20달러대 중후반에서 30달러까지 사상 최고로 뛰었다. 오만 해안에는 세계 유조선의 약 15%인 135척가량이 대기하듯 묶여 있다.
이 수치의 의미는 방향성에 있다. 배가 모자라서 오른 운임은 배가 정상 회전을 되찾으면 빠르게 식는다. 그래서 22일 회동처럼 협상이 진전돼 재개방과 제재 완화로 이어지면, 유가보다 운임이 먼저 내려앉을 수 있다.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한국에는 이 흐름이 두 방향으로 도달한다. 정유사는 운송비까지 포함한 도착 원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눌려 있어도 운임이 높으면 국내 휘발유·경유값이 잘 안 내려간다. 반대로 해운사는 운임 상승 자체가 실적으로 잡히니 수혜와 부담이 업종별로 갈린다.
그래서 지금 한국 관점에서 눈여겨볼 지표는 세 가지다. 호르무즈 통항량이 계속 회복하는지, 22일에 이은 후속 협상이 실제 재개방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하루짜리 급등이 아니라 며칠 이상 높게 유지되는 운임인지다. 이 세 가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라야 유가·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