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23~25일 11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무역과 AI가 핵심 의제로 꼽히면서 북한 문제는 전면 의제가 아닌 배경 변수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우세하다. 북러 협력으로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줄었다는 평가까지 감안하면, 이번 회담이 대북 정책에 주는 신호는 성과보다 상황 관리 쪽에 가깝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 지도자의 국빈 방미는 11년 만이다. 핵심 일정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후 넉 달여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
같은 날 예정된 국빈 만찬에는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팀 쿡(애플), 젠슨 황(엔비디아), 샘 올트먼(오픈AI), 크리스티아노 아몬(퀄컴)이 이름을 올렸다. 회담 의제로는 무역 휴전과 관세, 인공지능(AI) 협력이 우선으로 꼽히고, 그 밖에 북핵과 북미 대화, APEC, G20, 대만 무기 판매 등이 배경 현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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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관점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은 이번 회담이 대북 정책에 어떤 신호를 주느냐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체로 한 방향으로 모인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전면 의제라기보다 배경 변수에 가깝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한반도가 정상회담 의제에서 실질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초점은 무역과 미중 양자관계에 있다"고 봤다. 무역과 관세, 펜타닐, 이란과 중동 등 당장 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분석이다. 두 정상 모두 회담의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카드는 관세 완화나 AI 협력 같은 눈에 보이는 경제 의제이지,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려운 북핵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는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 조약을 맺으면서 "중국의 지렛대가 분명히 줄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러시아라는 또 다른 뒷배를 얻으면서, 중국이 쥐고 있던 독점적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 진단이 맞다면 함의는 분명하다. 미국이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움직이려 해도 그 효과가 과거만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지더라도 구체적 성과보다는 상황 관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한이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는 북한이 중심 의제는 아니어도 "미국의 우려 목록에는 포함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에 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확정된 일정이 아니다. 현재까지 공식 발표된 것은 시 주석의 방미 일정과 24일 회담뿐이다. 회담이 실제로 대북 기조를 어떻게 건드리는지는 결과가 나온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신호는 하나다. 북한 문제는 미중 관계라는 큰 판의 종속 변수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