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9월 18일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남고, 장남 하워드가 회장, 그렉 아벨이 CEO를 맡는 승계가 마무리됐다. 투자 원칙이라는 간판은 유지되지만 3,650억 달러 현금을 굴리는 자본 배분 결정권은 아벨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버크셔를 계속 보유할지는 아벨의 현금 활용과 자사주 매입,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워런 버핏이 9월 18일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명예회장으로 남아 이사회 이사직은 유지하지만, 회장 자리는 장남 하워드 버핏에게 넘겼다. 60여 년간 버크셔를 이끌어 온 인물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완전히 물러난 것이다.
이 소식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버핏은 이미 2026년 1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오랜 후계자 그렉 아벨에게 넘겼다. 이번 회장직 사임은 약 8개월 뒤에 이어진 승계의 마지막 단계다.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결국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며, 아벨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밝혔다.

Mikhail Nilov
투자자가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여기다. 자리 두 개가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
실질적인 변화는 CEO 쪽이다.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3,65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어디에 쓸지 같은 자본 배분 결정은 이제 아벨의 몫이다. 버크셔의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이 바로 이 결정이다.
반면 회장직을 물려받은 하워드 버핏은 비상임 성격에 가깝다. 아버지가 만든 원칙과 문화를 지키는 상징적 역할이지, 종목을 고르거나 인수를 지휘하는 자리가 아니다. 즉 '가치투자 원칙'이라는 간판은 유지되지만, 그 원칙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은 이 변화를 기대보다 신중하게 보고 있다. 2026년 들어 버크셔 주가는 약 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 넘게 올랐다. 격차가 작지 않다.
부진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유가 상승과 투자자들의 고성장주 선호도 있지만, 핵심은 아벨이 버핏만큼 자본을 잘 굴릴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CFRA의 애널리스트 캐시 세이퍼트도 3,65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아벨이 얼마나 잘 배분할지에 물음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아벨은 그 답을 행동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2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를 45억 달러로 늘렸다. 쌓인 현금 일부를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반길 만한 신호다.
버크셔를 계속 담을지는 '버핏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벨 체제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로 판단하는 게 맞다. 다음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아벨의 자본 배분이 신뢰를 쌓고 자사주 매입이 이어진다면, 버핏 부재를 이유로 서둘러 팔 근거는 약하다. 반대로 막대한 현금이 계속 잠겨 있고 실적까지 흔들린다면, 보유 논리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버핏의 퇴장은 사건이지만, 투자 판단의 기준은 여전히 숫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