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서쪽 트라프 일대에서 10월 23일 발생한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12세 소녀를 포함해 여러 명이 다쳤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테러이자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했다. 다만 범행 동기는 국가대테러검찰청이 수사 중이어서, 확인된 사실과 대통령의 정치적 규정은 구분해 읽어야 한다. 이 사건은 긴축 예산과 시위로 흔들리던 정국과 겹치며 극우에 유리한 안보 프레임을 키울 소지가 크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보자. 현지시간 10월 23일 오전 10시 30분쯤, 파리 서쪽 이블린 지역의 트라프와 인근 라베리에르 일대에서 총격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차량으로 주유소, 병원, 놀이터 등을 돌며 총을 쐈고, 1명이 숨지고 12세 소녀를 포함한 여러 명이 다쳤다. 부상자 수는 보도마다 차이가 있다. 용의자는 39세 남성으로 현장 인근에서 체포됐고, 차량에서는 기관단총과 최루가스 통이 발견됐다고 전해졌다. 사망자는 아프리카계, 부상자 한 명은 북아프리카계로 파악됐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부분이다. 그다음은 성격이 다르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 다음 날 X에 글을 올려 이번 일을 "테러이자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본질이 인종차별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다. 이는 수사 결과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도덕적 규정이다. 범행 동기는 프랑스 국가대테러검찰청이 피해자의 인종·국적·종교가 원인이었는지를 포함해 아직 수사하는 단계다. 피해자 구성이 대통령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정황이긴 하지만, 동기가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Regan Dsouza
마크롱은 이번 사건을 두고 "공화국과 우리나라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의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갈래다. 하나는 수사가 대통령의 규정을 실제로 뒷받침하느냐다. 동기가 인종차별로 확정되면 대통령의 선제 발언은 설득력을 얻지만, 수사 결과가 엇갈리면 '규정이 앞섰다'는 역풍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어느 쪽 정치 담론에 흡수되느냐다. 증오범죄 대응이라는 틀로 갈지, 치안 불안이라는 틀로 갈지에 따라 수혜 진영이 갈린다.
이 사건은 조용한 시기에 터진 게 아니다. 프랑스는 긴축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몇 주째 시끄러웠다. 국회에 단독 과반 세력이 없어 예산 심의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고, 거리에서는 구매력과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노동계는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11월 5일 파업과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정부와 좌파의 공방도 격해졌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극좌 세력을 폭력 시위의 배후로 지목하며 이를 대선용으로 활용한다고 경고했고, 장뤼크 멜랑숑은 증거를 제시하라고 맞받았다. 치안과 질서가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있던 셈이다. 총격 사건은 이 판에 '안보'라는 가장 민감한 변수를 하나 더 얹었다.
지금 구도에서 가장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쪽은 극우다. 국민연합은 정부가 치안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공격해 왔고, 마린 르펜은 이민·재정·안보를 묶어 쟁점화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34~38%로 선두를 지키고 있고, 멜랑숑은 15~20% 수준이다. 한 예측시장에서는 르펜의 대선 당선 확률이 시위 국면 이전 39%에서 53%로 올랐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베팅시장 수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여기서 역설이 있다. 마크롱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맞서는' 문제로 규정했지만, 사건이 불러오는 '치안 불안' 정서는 오히려 강경 안보를 내세우는 극우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규정과 정치적 효과가 반대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켜볼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다.
정리하면, 지금 확실한 것은 총격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이를 인종차별 테러로 규정했다는 사실 두 가지뿐이다. 동기 확정과 정치적 파장은 앞으로 몇 주의 수사와 예산 표결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