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10월 29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의 단둥 방문에 대미 대화 의중을 중국에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수행단 구성 등 정황에 기댄 추정이며, 북미가 내세우는 조건은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전히 평행선이다. 11월 18~19일 선전 APEC을 전후로 트럼프의 방중과 북한 매체의 메시지 톤 같은 신호를 보면 재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10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대미 대화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하려는 목적이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비공개 국감 뒤 전한 내용이다.
주목할 점은 이 판단이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정황에 기댄 추정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0월 24일 단둥을 찾았고 공식 명분은 '항미원조' 기념이었다. 국정원이 근거로 든 정황은 세 가지다. 수행단이 군부 인사 없이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 외교 간부 위주로 꾸려졌다는 점, 최선희가 권력 서열상 앞선 조용원 비서보다 행사에서 앞자리에 선 점, 그리고 최선희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여러 차례 긴밀히 대화한 점이다. 군사 성격의 명분과 외교라인 중심의 동행단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 일정한 역할을 요구했을 가능성은 높게 봤지만, 중국이 북미 대화를 적극 중재할 의도까지 있다고는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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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의중이 오갔더라도 양측 조건은 좁혀지지 않았다. 핵심은 비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연내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8월 19일에는 그가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것도 여러 차례다. 대화 목표가 비핵화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비핵화 대신 핵 동결과 제재 완화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공유 목표가 남아 있어 신호가 엇갈린다.
북한은 비핵화 논의 자체를 배제하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정상 간 개인적 관계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비핵화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면 "우롱"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재개의 문턱을 스스로 높였다.
국정원이 꼽은 분기점은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이 무렵 정세 국면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 참석차 방중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중간선거 직후라는 시점도 맞물린다. 앞서 8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 방문 때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대 방향의 신호도 있다. 북한은 10월 29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쏘았다. 지난 12일 이후 약 2주 만의 발사였고, 국가안보실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대화 탐색과 긴장 고조가 함께 흐르는 셈이다.
국면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다음 신호들로 가늠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비핵화 문구의 유지 여부와 북한 매체의 어조가 가장 직접적인 단서다.
분명한 것은 양측이 서로의 의중을 떠보는 단계이고, 중국이 매개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불분명한 것은 실제 회담의 성사 여부와 시기, 형식이다. 어느 것도 공식 확인되지 않았고 국정원의 판단 역시 '추정'이다. APEC을 전환점으로 단정하기보다, 위 신호들이 실제로 나타나는지부터 지켜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