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중후반에서 100달러대로 오르내렸고,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을 이 해협으로 들여온다. 유가 상승은 환율과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을 거쳐 주유소 기름값과 항공권 유류할증료로 시차를 두고 번진다. 말뿐인 위협인지 실제 통항 차질인지, 그리고 항공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함께 움직이는지가 체감 부담을 가르는 신호다.

10월 중순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선박이 공격받았고, 싱가포르 선박 한 척이 침몰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3% 가까이 올라 배럴당 98달러에 근접했고, 브렌트유는 105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유가 숫자는 매체와 날짜마다 조금씩 다르다. 10월 중순 기준 브렌트유는 103~106달러, WTI는 90달러대 중반에서 98달러 사이를 오갔다. 호르무즈 긴장은 올해 봄 한 차례 고조됐다가 여름에 미국과 이란의 군사행동 중단 합의로 가라앉은 뒤, 가을 들어 다시 불붙은 흐름이다.
Photo by Dyana Wing So on Unsplash
한국에 호르무즈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2025년 기준 한국이 들여온 원유의 69.1%가 중동산이었고, 그중 95% 이상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했다. 사실상 기름의 생명줄이 한 지점에 몰려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그림은 바뀌는 중이다. 중동산 비중은 2024년 71.5%에서 2026년 상반기 62.8%까지 내려갔고, 북미산이 그 자리를 메워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부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이 당장 끊길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제 가격이 올라도 국내 주유소 가격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므로, 뉴스가 나온 그날 바로 체감되지는 않는다.
유가만 보면 절반만 본 것이다. 중동 위기가 불거지면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려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 원유는 달러로 사 오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는 동시에 환율까지 오르면 수입 부담이 두 번 가중된다.
그래서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원/달러 환율이 함께 뛰는 국면에서 체감 물가 압력이 훨씬 세진다. 유가가 올라도 환율이 안정적이면 충격은 그만큼 완화된다.
여행 쪽은 유류할증료를 통해 가장 빠르게 반응한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에 연동돼 단계별로 매겨진다. 올해 봄 중동 전쟁이 격화됐을 때 4월 유류할증료는 최대 3배 이상 뛰었고, 5월에는 국제선 편도가 3만4100원으로 전월의 4배를 넘겼다.
여름에 긴장이 잦아들자 7월에는 19단계로 내려갔다가, 9월 들어 항공유가 다시 오르며 21단계로 반등했다. 이 단계에서 대한항공의 노선별 편도 유류할증료는 4만8000원에서 35만4000원까지였고, 인천~뉴욕 같은 장거리는 왕복 기준 약 19만 원이 추가됐다. 중동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이 숫자부터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뉴스 제목만으로 사재기를 하거나 예약을 급히 바꾸는 것은 대개 과하다. 공급 다변화와 비축분이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음 신호가 함께 움직일 때 실제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면 주유소와 항공권에서 지갑이 먼저 느낀다. 반대로 한두 개가 제자리라면, 헤드라인의 긴장감이 곧바로 내 비용으로 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