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나고야 선수촌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 입항식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분장이 무대에 오르자 대한체육회가 OCA와 조직위에 공식 항의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이순신 응원 현수막이 정치적이라며 철거된 일과 겹치면서 같은 기준을 다르게 적용했다는 이중잣대 지적이 커졌다. 9월 19일 개막식에서 지역 무장 콘텐츠가 다시 등장하는지, 조직위가 재발 방지 요구에 답하는지가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9월 19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개막을 나흘 앞두고 역사 논란부터 마주했다. 선수단 숙소로 쓰이는 11만4500t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9월 15일 나고야 긴조 부두에 들어오는 입항 환영식이 발단이었다.
식전 공연 무대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분장한 '오모테나시 무장대'가 올랐다. 아이치현에서는 이 세 인물을 '나고야 3걸'로 묶어 지역 관광 콘텐츠로 오래 활용해 왔다. 문제는 이 가운데 도요토미가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길이 290.2m에 약 1500객실을 갖춰 선수 4000여 명을 수용한다. 대회 기간 약 22일 동안 떠 있는 선수촌인 셈이다. 각국 선수단을 처음 맞이하는 자리에 침략의 상징을 세운 것이 이번 논란의 뇌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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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세 인물을 나란히 세운 것을 '지역 문화 소개'로 본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공연 뒤 이번 대회를 "아시아 최대의 평화와 스포츠 축제"라고 표현했다. 조직위도 특정 인물을 지지하거나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 쪽의 시선은 다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조직위에 보낸 항의 메일에서 도요토미를 두고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킴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를 깨뜨린 핵심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아시아의 화합을 내건 대회에서 굳이 그를 무대에 올릴 이유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서 사실과 판단은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세 무장을 관광 자원으로 쓰는 것 자체는 아이치현의 오랜 관행이다. 다만 국제대회의 선수단 환영이라는 자리에서까지 그대로 가져온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반발이 유독 큰 이유는 5년 전 기억 때문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한국 선수단은 선수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에서 따온 문구였다.
당시 일본이 문제를 제기했고, IOC는 이를 정치적 선전으로 규정했다. 한국 선수단은 결국 현수막을 내렸다. 응원 문구조차 '정치적'이라며 막았던 잣대가, 정작 침략을 주도한 인물의 분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내로남불' 비판의 뼈대다.
같은 기준을 서로 다르게 적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국제대회가 내세우는 정치적 중립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작동하느냐는 물음이 깔려 있다.
대한체육회는 9월 17일 유승민 회장 명의로 OCA와 대회 조직위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적인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상현 선수단장도 "스포츠에 정치적 이슈가 개입되는 부분에 대해 분명한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한을 보낸 17일 기준으로 조직위의 공식 답신은 오지 않은 상태였다. 항의가 실제 조치로 이어질지는 개막을 전후한 조직위의 반응을 지켜봐야 확인된다.
대회는 9월 19일 개막해 10월 4일까지 46개 나라가 겨룬다. 개막식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관중이 지켜보는 자리인 만큼, 지역 무장 콘텐츠가 다시 등장하는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조직위가 재발 방지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만약 별다른 조치 없이 비슷한 연출이 반복된다면, 이번 논란은 개막 이후 경기 외적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 반대로 조직위가 구성이나 설명을 조정한다면 항의가 실효를 거둔 사례로 남는다. 어느 쪽인지는 앞으로 며칠 안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