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1월 10일 이후 미국·우크라이나와 3자 종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면서 9개월 만에 협상이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현 전선 동결을, 푸틴은 영토를 포함한 최종 평화협정을 원해 두 정상이 겨냥하는 결말이 다르고, 합의 중에도 키이우와 모스크바를 향한 공습은 이어졌다. 독자는 11월 회담의 실제 성사 여부와 영유권 쟁점, 공습 빈도 변화를 진전의 신호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9개월 가까이 멈췄던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다시 움직일 조짐이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10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러시아는 11월 10일 이후 미국·우크라이나와의 3자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 장소로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가 거론된다.
그런데 '협상 재개'라는 한 줄 뒤의 그림은 단순하지 않다. 테이블에 앉겠다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두 정상이 원하는 결말은 서로 다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전쟁을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땅을 되찾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싸움은 멈추되 영유권은 넘기지 않겠다는 선이다.
푸틴 대통령의 그림은 다르다. 그는 점령지가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며, 젤렌스키가 말한 영토 '상실'이라는 표현 자체를 반박했다. 또 단기 휴전이 아니라 최종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못 박았다. 전선만 멈추는 봉합이 아니라 영토와 안보 구조까지 묶은 타결을 요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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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선을 그대로 얼린다는 말의 무게는 지도를 보면 드러난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약 80%, 루한스크주의 약 99%를 점령하고 있다.
즉 지금 전선에서 동결하면 러시아가 쥔 넓은 지역이 사실상 고정된다. 젤렌스키가 영유권 인정만은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어, '어디서 멈출 것인가'부터 간극이 크다.
협상 재개에 뜻을 모은 그 시기에도 전장은 뜨거웠다. 러시아는 10월 22일 키이우 도심에 탄도미사일을 쐈고, 젤렌스키는 이 중 3발에 집속탄이 실렸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7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도 같은 시기 모스크바 일대로 드론 630대를 띄웠다.
동북부 쿠피안스크 인근에서는 옛 소련 시절 지하 가스관을 따라 양측이 맞붙는 이례적인 지하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말로는 평화를 꺼내면서 전선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협상과 공세가 겹친 국면이다.
지금 단계에서 뉴스를 읽을 때 다음을 보면 진짜 진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협상 재개 소식 하나로 전쟁이 곧 끝난다고 보긴 이르다. 11월 회담이 열리고도 영토와 '휴전이냐 최종협정이냐'를 두고 다시 멈출 공산이 크다. 테이블이 차려졌다는 것과 합의가 가깝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