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국방예산 44억 헤알을 삭감한 지 석 달 만에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8,000km 해안선과 해저 자원이 걸린 푸른 아마존을 지키려는 실리와 강대국 앞에서 주권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겹친 선택이다. 다만 이 잠수함은 핵추진일 뿐 핵무장이 아니며 진수 시점이 2037~2038년으로 거듭 밀려 재정이 변수로 남는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8월 19일 상파울루주 이페로의 해군 아라마르 원자력산업센터를 찾아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끝까지 밀겠다고 했다. "이 정도 규모의 국가가 평생 고개를 숙이고 살 수는 없다"는 발언이 헤드라인을 채웠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점이다. 이 약속은 브라질 정부가 재정 긴축을 위해 국방예산 44억 헤알, 우리 돈으로 약 1조 1800억원을 깎은 지 석 달 만에 나왔다.
돈이 없다면서 왜 가장 비싼 사업을 붙들까. 답은 이 잠수함이 브라질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있다.

alessandra gutierres
브라질 해군이 핵잠에 매달리는 이유는 상징만이 아니다. 브라질의 해안선은 8000km가 넘고, 그 앞바다에는 해저 유전과 자원이 깔린 이른바 '푸른 아마존(아마조니아 아줄)'이 펼쳐져 있다. 브라질은 이 바다를 감시체계가 완결되지 않은 가장 취약한 국경으로 본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의 디젤 잠수함은 남부 기지에서 북부 해역까지 이동하는 데 약 15일이 걸린다. 핵추진 잠수함은 같은 거리를 3~4일에 주파한다. 오래, 멀리, 들키지 않고 잠항하는 능력은 넓은 바다를 지키는 데 직결된다. 해군이 한 척이 아니라 세 척을 원하는 것도 한 척은 순찰, 한 척은 정비, 한 척은 대기로 돌려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다.
룰라의 발언은 잠수함 그 자체보다 대외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는 "말만으로는 주권을 지킬 수 없다"며 상대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과 목소리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강대국의 압박 앞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자주국방의 언어다.
여기에 그는 핵잠 보유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반열과 연결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섯 곳이 모두 핵추진 잠수함을 굴린다는 점을 겨냥한 상징 전략이다. 브라질이 오래 요구해 온 안보리 개편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라 짚어둔다. 아우바루 아우베르투호로 불리는 이 6000톤급 잠수함은 원자로로 추진력을 얻을 뿐, 핵무기를 싣는 함정이 아니다. 브라질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고, 이 사업은 프랑스와 협력한 프로수브(PROSUB) 계획의 일부로 2008년 본격화됐다. 원자로만큼은 브라질이 자체 개발한 가압수형이다.
그럼에도 이 배가 남미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이 된다는 사실은 지역에 파장을 남긴다. 핵무장이 아니어도 해군용 원자로에는 고농축 우라늄과 사찰을 둘러싼 예민한 논의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이 문턱을 넘으면 남미의 다른 나라들에게 하나의 선례가 된다.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진수 목표는 2037년으로 잡혀 있지만, 예산난 탓에 2038년으로 밀렸다는 보도도 있다. 1979년 구상 이후 예산과 기술 문제로 30년 넘게 미뤄져 온 사업이라, 이번 약속이 일정을 얼마나 앞당길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브라질의 핵잠 강행은 자원이 걸린 넓은 바다를 지키려는 실리와, 강대국 앞에서 대등해지려는 정치적 계산이 겹친 선택이다. 다만 재정이 계속 발목을 잡는 한, 룰라의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다짐과 진수 시점 사이의 간극은 당분간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