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10월 14일 우크라이나군의 이동 중 스타실드 단말 속도를 시속 160㎞로 제한해 드론 작전에 차질이 생겼고, 머스크는 제한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전시 통신을 민간 위성망에 의존하면 연결의 스위치가 자국이 아닌 기업과 외국 정부의 손에 놓인다는 구조적 위험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2025년 12월 스타링크가 들어온 한국도 어느 용도까지 외국 민간망에 맡길지, 통제권을 어떻게 설계할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확인된 사실부터 분리하자. 10월 14일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스타실드(Starshield) 군용 단말 가운데 '이동 중'인 단말의 연결 속도를 시속 100마일, 약 160㎞로 묶었다. 우크라이나 국방기술 고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는 그 아래 속도에서도 연결이 끊겼다고 밝혔고, 장거리 공격·병참 드론의 실시간 영상 전송에 차질이 생겨 일부 작전이 멈췄다고 전했다. 사전 통보는 없었다.
머스크는 "속도나 사용에 대한 제한은 미군,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결정한다"며 스타링크는 민간·방어 용도로 한정된 상업 서비스라고 밝혔다. 제한이 걸렸다는 사실, 그리고 그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는 점까지는 양측 설명이 맞물린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왜'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연결된 조치라고 의심하지만, 스페이스X도 머스크도 원인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보복인지 기술적 조정인지는 현재로선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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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구조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침공 직후 지상 통신망이 무너지면서 군·정부 통신 상당 부분을 스타링크에 기댔다. 편리했지만, 연결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자국이 아니라 한 민간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이 따르는 외국 정부의 손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2년 9월 케르손 반격 당시 머스크가 스타링크 차단을 지시했다는 로이터 보도가 있었고, 2025년 7월에는 글로벌 장애로 전선 일부 통신이 150분간 끊겼다. 2026년 2월에는 러시아군의 무단 접속을 막으려 우크라이나가 승인 단말만 쓰는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술 자체는 뛰어나지만, 전시 통신의 가용성이 전장 밖 변수에 흔들린다는 점은 반복해서 드러났다.
남의 전쟁 이야기로만 읽기 어렵다. 스타링크는 2025년 12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선박과 항공이 중심이다.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들과 현대글로비스가 해상·기내 연결용으로 도입했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도 기내 와이파이 도입을 발표했다.
군 통신이나 재난망까지 민간 위성망에 얹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국립외교원은 2025년 보고서에서 민간 저궤도 위성망의 서비스 범위가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며 대비를 주문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은 그 경고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증거다.
그렇다고 위성망을 거부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국제 데이터의 대부분은 여전히 위성이 아니라 해저케이블이 나른다. KT만 해도 국내 해저케이블 9개 중 5개를 운영하며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약 80%를 처리한다. 위성은 이 뼈대를 보완하는 수단이지, 통째로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다.
핵심은 위성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통제권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한국은 2030년까지 3200억 원을 들여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쏘아 올리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유럽은 군사 통신을 포함한 독자 위성망 아이리스2를 추진 중이다. 결정 기준은 이렇게 잡아볼 수 있다. 끊겼을 때 치명적인 용도, 즉 군·재난·항만 관제 같은 영역은 외국 민간망 단독에 맡기지 않고 자체망이나 복수 경로를 확보해 두는 쪽이 현실적이다. 편의가 큰 민간·상업 용도는 민간 위성망을 적극 활용하되, 끊길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체 수단을 함께 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스타링크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의존해도 괜찮은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