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0일 수출이 71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그중 반도체가 47.8%를 차지하며 전체를 견인했다. 수출의 절반이 한 품목에 기댄 구조여서, 같은 날 코스피가 급등 출발 뒤 상승분을 반납한 것처럼 호실적이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훈풍의 지속 여부는 메모리 가격과 HBM 수요, 반도체 편중, 일평균 수출 추세를 함께 봐야 가늠할 수 있다.

관세청이 9월 21일 내놓은 잠정치를 보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714억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 많다. 조업일수가 하루 적었는데도 일평균 수출은 89.8% 늘었으니, 날짜 효과를 걷어내도 실제 물량이 크게 불어난 셈이다.
이 성장의 대부분은 한 품목에서 나왔다. 반도체 수출이 34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59.4% 급증하며 전체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보다 24.1%포인트나 높아졌다. 무역수지도 229억 달러 흑자로 이 기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Christian Alemu
반도체 호조의 배경은 인공지능 투자가 떠받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다. 메모리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제조사의 가격 결정력이 커졌고, 그 결과가 수출액에 그대로 반영됐다.
다만 비중 47.8%는 두 얼굴을 가진 숫자다. 지금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는 엔진이지만, 뒤집으면 수출의 절반이 한 업종의 업황에 매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용차가 9.3%, 무선통신기기가 0.4% 감소로 사실상 제자리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기록이 폭넓은 회복이라기보다 반도체 단일 품목의 힘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수출 지표가 좋으면 증시도 오를 것 같지만, 실제 움직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출 실적이 발표된 다음 날인 9월 22일, 코스피는 2.2% 급등해 7,161로 출발했다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7,017.91에 마감했다. 오른 폭은 0.15%에 그쳤다.
같은 날 반도체 대장주끼리도 방향이 갈렸다. 삼성전자는 강세였던 반면 SK하이닉스는 하락했다. 수출 통계는 이미 지나간 실적을 집계한 것이고, 주가는 앞으로의 이익을 미리 반영한다. 그래서 역대 최대 수출이라는 소식이 나와도, 시장이 이미 그 기대를 주가에 담아뒀다면 추가로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수출 숫자와 주가의 하루 흐름을 곧바로 등호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코스피가 7,000선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선 것 자체가 이런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다. 지수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구간에서는 좋은 소식이 나와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루 안에 방향이 엇갈리기 쉽다. 이날의 급등 출발과 반락이 그 전형적인 장면이었다.
이 흐름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려면 표면의 수출 총액보다 그 아래를 봐야 한다.
첫째는 메모리 가격과 HBM 수요다. 반도체 수출액을 끌어올린 것이 가격 상승인 만큼, 가격이 꺾이면 같은 물량으로도 수출액은 줄어든다. 둘째는 반도체 편중 자체다. 비중이 커질수록 좋을 때의 상승폭은 크지만, 업황이 돌 때 충격도 그만큼 집중된다. 셋째는 조업일수를 보정한 일평균 수출과 무역수지의 방향으로, 특정 달의 날짜 효과에 휘둘리지 않고 추세를 읽는 지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숫자가 역대 최대라는 사실과 이 호황이 계속된다는 전망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반도체 가격 사이클이 언제 방향을 트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록적인 수출은 현재의 결과이지 미래의 보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