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8일 베네수엘라 원유 벤처의 55% 지분과 650억 배럴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거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실제 증산에는 시간이 걸린다.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주유소엔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고, 유류세와 환율 탓에 반영 폭도 작다. 발표보다 실제 증산과 국내 평균가·환율 흐름을 함께 봐야 체감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8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원유를 두고 미국이 과반 통제권을 갖는 합의를 발표했다. CBS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신설 합작사 산출량의 55% 지분과 65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 접근권을 확보한다. 베네수엘라의 확인 매장량은 약 3032억 배럴로 세계 1위이니, 숫자만 보면 원유가 넘쳐 기름값이 내려갈 것 같다.
그런데 매장량과 실제 공급은 다른 이야기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생산량은 100만 배럴 안팎으로, 1999년 35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세계 산유량의 약 1%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방치된 유전과 노후 설비를 되살려 생산을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발표 다음 날 주유소 가격이 움직일 재료는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합의는 아직 끝난 일이 아니다. 문화일보 보도를 보면 8월 29일 기준 거래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미 에너지장관의 베네수엘라 방문이 다음 주로 검토되는 단계다.

Engin Akyurt
설령 이번 합의가 국제유가를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 하락이 집 앞 주유소 가격표에 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미리 사서 나중에 파는 구조라, 국제유가 변동이 정유사 공급가에 반영되는 데 약 1주, 이후 주유소 판매가에 다시 1~2주가 더 걸린다. 통상 2~3주의 시차가 생긴다.
시차만 문제가 아니라 반영 폭도 작다. 두바이유가 한 달 만에 배럴당 106.6달러에서 73.61달러로 30.9% 떨어졌을 때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는 리터당 2011원에서 2009원으로 거의 그대로였다. 국제유가가 30% 내려도 주유소 가격은 0.1%밖에 안 움직인 셈이다.
이유는 국내 기름값의 구성에 있다. 소비자가 내는 휘발유 가격에는 유류세와 부가세가 큰 몫으로 붙는다. 이 세금은 원유값이 오르내려도 리터당 일정하게 매겨지는 정액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원유 가격이 몇 퍼센트 움직여도, 세금이 깔린 최종 소비자가에서는 그 변동이 희석돼 훨씬 작게 나타난다.
여기에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도 끼어든다. 국제유가가 내려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원가는 그만큼 상쇄된다. 국제유가 하락이 곧바로 내 지갑으로 오지 않는 데는 이런 겹겹의 완충 장치가 있다.
그래서 이 뉴스를 기름값 인하 신호로 읽고 주유를 미룰 필요는 크지 않다. 체감 가능한 변화가 오려면 아래 순서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정리하면 이번 합의는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료이지만, 단기간에 주유소 가격을 눈에 띄게 낮출 사건으로 보긴 어렵다. 기름값을 챙긴다면 이번 발표보다, 매주 갱신되는 국내 주유소 평균가와 두바이유·환율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실속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