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이 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24일 열차로 중국 단둥에 들어가 리창 총리를 만난 것으로 당국이 파악했다. 국정원이 사망설을 허위로 못 박은 지 하루 만의 행보로, 북중 밀착 재확인과 외교 지렛대 다지기가 겹친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시진핑과의 면담 여부와 실제 의제는 확인되지 않아, 북미 대화 재개 같은 전망은 사실과 추측을 갈라 지켜봐야 한다.
불과 하루 전까지 떠돌던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이었다. 국정원은 10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를 "명백한 허위"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다음 날, 당국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차로 신의주를 거쳐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방문 이후 13개월 만의 방중이다.
사망설은 미국 내 한 인사의 SNS 게시글에서 시작돼, 북한 관영매체 웹사이트의 대규모 접속 장애가 겹치면서 번졌다. 근거가 약한 소문이 실제 공백처럼 보이는 정황과 만나 커진 전형적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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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설명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사망설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다른 하나는 건강 상태에 관한 것이다.
국정원은 앞서 9월 30일 보고에서 김 위원장을 체중 140㎏대의 초고도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다만 구축함 시찰 당시 계단을 뛰어오르는 등 신체 활동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고, 23일 간담회에서도 건강 이상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고위험군이라는 평가와 당장의 이상 징후가 없다는 관찰은 구분해서 들어야 한다. 전자는 가능성, 후자는 현재 상태다.
방문의 상징은 경로에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것으로 파악된 신압록강대교는 2026년 10월 15일에야 정식 개통했다. 2014년 완공 뒤 북중 관계 부침 속에 12년간 사실상 닫혀 있던 다리다. 왕복 4차로, 길이 3,026m 규모로 중국이 약 22억 위안을 들여 지었다.
시점도 공교롭다. 중국은 10월 25일 항미원조, 즉 6·25 참전을 기리는 기념일을 맞는다. 다음 달에는 중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닫혀 있던 다리의 개통과 기념일, 그리고 큰 외교 무대가 한 달 안에 겹친 틈에 방중이 이뤄졌다.
두 나라의 셈법은 같지 않다.
중국으로서는 미중 경쟁이 길어지는 국면에서 북한이라는 전통적 우군을 눈에 보이게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경남대 임을출 교수는 이번 방문을 북미 현안보다 양국의 '혈맹'을 재확인하는 성격으로 봤다.
북한의 계산은 좀 더 복합적이다. 여권의 윤건영 의원은 방문 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신호 발신과 신압록강대교 개통 같은 북중 행사 두 가지를 꼽았다. 닫혔던 물류 통로를 다시 여는 경제적 실익에, APEC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지렛대를 다지려는 의도가 포개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은 리창 총리와의 면담이고, 시진핑 주석과의 대면은 보도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총리 선에서 이뤄진 만남이라면, 관계 과시의 수위를 중국이 조절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아직 추론의 영역이다.
확인된 사실과 전망을 섞지 않는 게 먼저다.
사실은 이렇다. 사망설은 허위였고, 방중과 리창 면담은 당국이 파악했으며, 청와대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향을 면밀히 주시"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시진핑 면담 여부, 실제로 오간 의제,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아직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10월 19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성사 여부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다음 수순은 분명하다. 방중 결과에 대한 북중 양측의 공식 발표, 귀국 뒤 북한 매체의 보도 톤, APEC을 전후한 북미 접촉 신호를 순서대로 지켜보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기정사실처럼 읽는 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