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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투자한 특수목적회사가 도시바의 지분 축소로 일본 낸드기업 키옥시아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이 지분에는 아직 의결권이 없다. 실질 지배력은 보유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야 생기는데, 경쟁당국 승인과 2028년까지 15% 상한 약정이 걸림돌이다. 회사가 전환에 신중한 상황에서, 실제 전환 여부와 일본 내 반발이 한일 낸드 경쟁의 향방을 가른다.

SK하이닉스가 일본 최대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2026년 8월 11일 전해졌다. 표현만 보면 한국 반도체 기업이 일본 경쟁사를 손에 넣은 그림처럼 읽힌다. 실제 구조는 그보다 조심스럽다.
SK하이닉스가 직접 키옥시아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게 아니다. 2018년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특수목적회사(SPC)에 약 395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3조9000억 원을 넣었는데, 이 SPC가 키옥시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 SPC의 실질적 투자자다. 게다가 지금 이 지분에는 의결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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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가 바뀐 계기는 SK하이닉스가 지분을 늘려서가 아니라, 도시바가 지분을 줄여서였다. 도시바는 7월 31일 보유 지분율을 14.48%에서 14.12%로 낮췄다. 이 소폭 축소로 SK하이닉스가 투자한 SPC가 도시바를 앞질러 최대주주가 됐다. 순위가 역전된 것이지, 새로 대량 매입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가 넣은 자금의 일부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CB) 형태다. 이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약 14.19%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된다. 지금의 '의결권 없는 최대주주'와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는 전혀 다른 위치다.
전환에는 문턱이 있다. 우선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 당시 2028년까지 키옥시아 의결권을 15% 이상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정했다. 계약상 당장이라도 전환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려면 이런 조건들을 통과해야 한다.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주요 업체이고, SK하이닉스 역시 낸드를 만드는 회사다. 두 회사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런 상대의 지분을 한국 기업이 최대주주 규모로 쥐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상징성이 크다.
다만 이를 '한국이 일본 낸드를 지배하게 됐다'로 읽는 건 앞선다. 경쟁사끼리의 지분 관계이기 때문에, 전환이 이뤄지면 낸드 시장의 판도 재편에 관여할 발판이 되겠지만 그 자체가 경영권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쟁 관계인 만큼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일본 정부가 자국 핵심 산업의 지배력 이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CB 전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최대주주가 됐다는 사실을 곧바로 지배력 강화 선언으로 연결하지 않는 태도다.
당장 확정된 것과 열려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확정된 사실은 SK하이닉스가 투자한 SPC가 도시바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 그리고 그 지분에 아직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다. 열려 있는 문제는 CB를 실제로 주식으로 바꿀지, 바꾼다면 경쟁당국과 일본 내 반발을 어떻게 넘을지다. 이 두 갈래가 앞으로 한일 낸드 경쟁의 방향을 가를 지점이다.